中 중남부 폭설 ‘꽉 막힌 귀성길’

  • 입력 2008년 1월 30일 03시 17분


철도-도로 대부분 두절 이재민 7700만명 발생

창장(長江) 강 중하류를 중심으로 한 중국 중남부 내륙 일대가 57년 만의 폭설과 한파로 사상 최악의 대란을 겪고 있다.

28일 중국 정부에 따르면 10일부터 내리기 시작한 폭설로 후난(湖南) 후베이(湖北) 안후이(安徽) 장시(江西) 구이저우(貴州) 등 14개 성·자치구에 최고 60cm의 눈이 쌓였다.

이로 인해 28일 오후 2시 현재 24명이 사망하고 7786만2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10만7000채의 주택이 무너지고 39만9000채가 파손됐으며 421만9800ha의 농작물이 얼어 죽었다.

이날 현재 폭설과 한파로 인한 직접적인 경제손실액은 220억9000만 위안(약 2조8984억 원). 중국 전역에 비상이 걸렸던 1998년 최악의 홍수 피해 규모를 넘어서는 수치다.

그러나 중국 중앙기상대가 다음 달 2일까지 중국 중남부 지역에 폭설이 계속될 것으로 예보해 피해액이 ‘눈 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 큰 문제는 전력난과 수송난이다. 중국 북부에서 중남부 지역 발전소로 공급되는 석탄이 폭설로 크게 줄어든 데다 상당수 송전탑이 동파되거나 망가져 최악의 전력난을 겪고 있다.

베이징(北京)과 중국 남부 광저우(廣州)를 잇는 철도 징광(京廣)선 등 주요 간선 철도와 도로가 대부분 두절돼 춘제(春節·중국 설날)를 맞아 고향길에 오른 수천만 명이 기차역과 장거리 버스 터미널에서 며칠째 추위에 떨고 있다.

특히 광저우 역에는 귀성객 50만 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고 광둥(廣東) 성 지역에서만 무려 36만5000장의 기차표가 환불됐다.

중남부 지역 20여 개 공항도 폐쇄됐다. 28일 밤 최악의 폭설 지역인 후난 성으로 출발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그곳 창사(長沙) 공항이 폐쇄되는 바람에 380km 떨어진 우한(武漢)의 톈허(天河) 공항으로 날아간 뒤 기차로 갈아타고 다음 날 아침 겨우 창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29일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를 열어 피해 상황을 점검한 뒤 전기 공급과 도로 복구에 최선을 다하라고 전국 유관 기관에 지시했다.

중국 언론은 “올해 춘제 때는 연인원 23억7000만 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남북의 대동맥 철도와 도로를 모두 단절시킨 이번 폭설은 중국 지도부와 인민에게 커다란 시련이자 시험”이라고 전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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