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실물경기 침체 ‘실제 상황’으로… 지구촌 경제 비상

  • 입력 2008년 1월 17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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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보다 폭발력 커 韓-日 증시에 직격탄

코스피 올해 192P 하락… 日총리는 “개입할 준비”

환율 급등, 금리 하락세… 새 정부에 큰 부담될 듯

《미국발(發) 공포가 전 세계 증시를 덮치고 있다. 지난해 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은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감을 증폭시키며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이번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보다 훨씬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메가톤급 폭탄인 ‘미국 경기 침체’가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파문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미국의 소매 판매 증가율이 최근 5년 사이 최저치였다는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실물경제로 전이(轉移)됐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주택경기 침체와 신용경색으로 미국인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하면 세계 경제에 연쇄적으로 충격을 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곧 금리를 0.5∼0.7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 조치가 식어가는 미국 경제를 회생시킬지는 미지수다.

○ 한국, 일본 증시 직격탄

세계 증시가 동반 하락하는 가운데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가장 큰 충격을 받고 있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가 집계한 주요 42개국 지수 추이에서 2008년 들어 하락폭으로 따지면 일본이 2위, 한국이 9위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말 1,897.13에서 16일 1,704.97로 올해 192.16포인트(10.13%)가 하락했다. 16일 현재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은 949조335억 원으로 올해 들어 ‘증발’된 시가총액만 102조7297억 원에 이른다.

대신증권 구희진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에다 현금을 확보하려는 외국인들이 신흥시장에서 주식을 대규모로 팔면서 증시의 수요 공급 균형이 깨졌다”고 말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지난해 말 15,307.78엔에서 13,504.51엔으로 1803.27엔(11.78%)이나 하락했다. 15일 2년 2개월 만에 14,000엔 선이 무너지는 등 일본 증시의 급락세가 심해지자 급기야 총리까지 나서서 증시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는 16일 “일본 증시 하락세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필요하면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 금융시장 전방위 영향

주요국 증시 16일 주가 하락폭
국가주가 하락폭
한국 코스피지수2.40%
미국 다우존스지수2.17%
일본 닛케이평균주가3.35%
중국 상하이종합지수2.81%
영국 FTSE 100 지수3.06%
미국과 영국은 15일(현지 시간).

미국 경기 침체 이슈는 증시뿐 아니라 국내 금융시장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당 원화 환율과 원-엔 환율이 급등(원화가치 하락)하면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신한은행 김장욱 과장은 “전 세계적인 주가 급락에 따라 불안심리가 조성되면서 한국에서는 비교적 안전자산인 달러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면서 “엔화 강세는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에서 자금을 빼 엔화로 바꾸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급등 양상을 보였던 채권 금리는 외국인의 국채 선물 매수세에 힘입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6일 91일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5.88%로 전날보다 0.01%포인트 내렸다. CD금리가 내린 것은 지난해 10월 2일 5.35%에서 5.34%로 0.01%포인트 내린 이후 처음이다.

○ 미국 경기 침체 현실화되나

미국 경제계는 경기 침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15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이미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며 “현재 경기 후퇴에 들어섰거나 들어서기 바로 직전이라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프린스턴대의 원로 경제학자인 버튼 말키엘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경기 침체가 중국의 경기 둔화보다 더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라며 “미국 경제가 급격히 둔화되는 상황에서 올해 상반기(1∼6월) 성장이 극히 미미하거나 정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16일(현지 시간) 미국의 1월 전미주택건설협회 주택시장지수, 경기종합보고서인 ‘베이지북’이 발표되는 등 이번 주 안에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들이 줄줄이 공개될 예정이어서 그 내용에 따라 뉴욕 증시와 세계 증시가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 “올해 6% 경제성장 쉽지 않은 상황”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25%를 차지하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면 글로벌 경제에는 ‘메가톤급’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지난해 한국의 최대 수출대상국(금액 기준 22.1%)이었던 중국이 인플레이션과 긴축정책으로 성장률이 둔화될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2위 수출대상국(12.3%)인 미국마저 경기가 침체되면 한국은 수출 둔화→경상수지 악화→성장률 하락의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

가뜩이나 국제유가, 곡물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이 둔화되고 주식시장 하락 등의 영향으로 소비심리까지 위축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새 정부가 기업친화적인 성향을 갖고 있지만 시기상으로 대내외 환경이 좋지 않을 때 출범하게 됐다”며 “새 정부가 목표로 삼고 있는 올해 6% 경제성장률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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