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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월 1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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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실정-비리로 민심이반… 총통선거도 野승리 전망
대만의 국민당이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둠으로써 대만 정국은 엄청난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대만 내부적으로는 민진당이 강력하게 추진해 온 독립 행보에 제동이 걸리면서 ‘탈 천수이볜(陳水扁)’ 움직임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전쟁 불사’까지 외칠 정도로 긴장이 고조됐던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도 크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 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국민당은 북쪽에 있는 수도 타이베이(臺北) 시에서 줄기차게 강세를 보인 반면 남쪽인 가오슝(高雄) 시에서는 민진당이 득세했다.
국민당은 또 타이베이 현의 12개 선거구에서 10 대 2로, 가오슝 현의 4개 지역에서 3 대 1로 민진당에 압승을 거뒀다. 민진당이 유일하게 전부(2개 의석) 승리한 지역은 천 총통의 고향인 타이난(臺南) 시뿐이다.
▽총통 단독 탄핵, 동맹하면 개헌도 가능=국민당은 이번 승리로 81석을 얻어 입법원(국회)에서 의사일정을 주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총통 탄핵과 행정원장(총리) 불신임 등 행정 권력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됐다. 무당단결연맹과 친민당 등 동맹 정당과 연합하면 85석으로 개헌도 가능하다.
총통 탄핵과 행정원장 불신임은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 헌법 개정은 4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된다. 따라서 전체 113석 가운데 76석 이상을 확보하면 총통 탄핵이, 85석 이상이면 개헌이 가능하다.
천 총통은 2006년 친인척 및 측근 비리가 드러나 3번이나 탄핵 위기에 몰렸지만 국민당보다 많은 의석 덕택에 자리를 유지했다.
▽경제 실정과 주변 비리가 참패 원인=민진당 참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경제 분야의 실정이 꼽힌다. 천 총통이 집권한 2000년 이후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만4226달러에서 지난해 1만6768달러(잠정 추계)로 7년 새 17.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천 총통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대만 독립’ 카드를 내세웠지만 양안 갈등만 고조시켜 경제가 더 침체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천 총통의 친인척 및 측근들의 거듭된 비리도 유권자들이 여당에 등을 돌리게 한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총통 선거도 국민당 압승 예상…양안 관계 개선될 듯=이 같은 선거 결과는 3월 22일 예정된 총통 선거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 후보가 민진당의 셰창팅(謝長廷) 후보를 누르고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12월 28일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도 마 후보는 52%의 지지율로 23%를 얻은 셰 후보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에서 국민당이 집권하면 양안 관계는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 후보 역시 톈안먼(天安門) 사건을 강력 비난하는 등 중국 공산당과 상당부분 대립하는 노선을 천명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국민당 압승에도 불구하고 ‘호불호’를 나타내지 않은 채 신중한 모습이다. 중국 정부의 반응이 되레 대만 국민을 자극해 총통 선거에서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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