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달러 미국, 세계의 할인매장”

  • 입력 2007년 12월 1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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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쇼핑관광 몰려… 담아갈 가방 매출도 껑충

미국 달러화의 가치 하락으로 미국이 ‘세계의 할인매장’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는 15일 미국 달러화의 유로나 파운드 등 주요 통화에 대한 가치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유럽인들이 싼값에 쇼핑을 즐기러 뉴욕 등지로 몰려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번 연말 쇼핑시즌에 뉴욕의 타임워너센터에서 매출 신장률이 가장 높은 매장은 가방 브랜드 ‘투미(TUMI)’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나 늘어났다. 구매력이 커진 외국인들이 뉴욕에서 많은 상품을 구매하다 보니 이를 담아 갈 여행용 가방도 많이 샀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영국 리버풀의 사무보조원 마거릿 드래거넷 씨는 지난주 사촌 가족과 함께 뉴욕으로 쇼핑 여행을 갔다. 드래거넷 씨는 유명 디자이너의 티셔츠와 패션시계, 구두 등을 대형 여행가방 6개과 손가방 5개에 가득 담아 영국으로 향했다. 그의 사촌은 “(워낙 물가가 싸서) 돈을 다 쓰느라고 힘이 들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미국 달러화는 2005년 12월 14일 유로당 1.193달러였지만 2년 뒤인 현재 1.443달러가 됐다. 영국 파운드는 같은 기간 1.769달러에서 2.020달러가 됐다.

런던에서 미국 방문 전문 여행사를 운영하는 앨런 워델 씨는 “달러 약세는 만능 할인쿠폰과 다름없다”며 “유럽의 근로자 계층도 이제 미국 여행 비용을 감당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뉴욕 관광업계에 따르면 올해 8월 뉴욕을 방문한 영국인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나 늘었다.

미 상무부는 올해 미국을 방문한 외국인 수가 지난해보다 5% 늘어난 5360만 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이들이 미국 여행에서 지출하는 비용은 920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7.5%가량 많을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인들도 자국화가 거의 1 대 1로 미 달러와 교환이 가능해지자 쇼핑을 위해 국경을 넘어 ‘남하’하고 있다. 캐나다와 인접한 디트로이트의 한 쇼핑센터 체인은 캐나다 쇼핑객을 유치하러 캐나다에 리무진을 보내고 있다.

캘리포니아 코스타메사의 쇼핑센터는 중국 고객을 위해 중국어로 층별 상품 안내판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전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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