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CFE조약 이행 공식 중단

  • 입력 2007년 12월 13일 02시 59분


코멘트
美MD기지 동유럽 설치에 반발… 관련법안 발효

러시아가 12일 0시를 기해 유럽 재래식무기감축(CFE)조약의 이행을 공식 중단했다.

이번 조치는 올해 4월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대통령이 CFE조약 이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러시아 국가두마(하원)가 통과시켰던 CFE조약 이행 중단 법이 이날 발효된 데 따른 것이다.

CFE조약은 1990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WTO) 간에 전차와 전투기, 공격헬기, 장갑차, 대포의 보유 상한선을 정해 초과분을 폐기하도록 한 재래식 무기 감축 조약이다. 동서 냉전의 종식을 상징하는 이 조약에 따라 지금까지 폐기된 무기만 6만여 점에 이른다.

러시아 측은 CFE조약 이행 중단이 미국 등 나토 회원국들이 냉전 이후 변화된 상황을 반영해 1999년 개정한 조약 수정판을 비준하지 않는 데 따른 ‘상호주의’ 차원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나토 측은 그동안 몰도바와 그루지야에서 러시아군이 철수할 것을 요구하며 비준을 미뤄 왔다.

무엇보다 동유럽에 미사일방어(MD) 기지를 설치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이 러시아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옛 소련의 위성국가였던 동유럽에 미국의 MD 기지가 설치되는 것이야말로 러시아의 안보는 물론 자존심을 건드리는 위협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번 조약 이행 중단에 따라 러시아는 언제든지 유럽 쪽 국경지대에 전차와 대포 등 중(重)무기를 대량 증강해 ‘무력시위’를 할 수 있다. 재래식 무기에 대한 정보 제공과 사찰을 중단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당장 가시적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타르타스통신은 이번 법의 발효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 재래식 무기의 감축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도 10일 “CFE조약에 대한 협의는 계속되고 있다”며 “12일로 역사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