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한국인 큰손 모십니다”

  • 입력 2007년 12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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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 부동산시장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지만 맨해튼만큼은 다릅니다. 지금도 가격이 오르고 있어요.”

일요일인 9일 뉴욕 맨해튼 남쪽 하노버 스트리트에 있는 윌리엄비버하우스콘도 투자 설명회장. 영하의 날씨였지만 뉴욕증권거래소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설명회장은 투자자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이날 참석자 10여 명은 모두 한국인이었다. 보통 맨해튼에서 고급 콘도(한국 개념으론 아파트) 투자설명회는 돈과 투자 의사를 가진 소수의 잠재적 투자자들만을 대상으로 한다.

질문은 구체적이고도 날카로웠다.

“근처 고등학교의 수준은 어떤가요?” “임대를 한다면 투자수익률이 연 %나 될 것으로 예상되나요?” “세입자 관리를 대행하는 서비스가 있나요?” “홀즈푸드(미국에서 유명한 유기농 식품 판매 체인망임)가 가까이 있다고 했는데 정확하게 거리가 얼마나 떨어져 있지요?”

콘도 마케팅을 맡은 캐롤라인 그레인 코어마케팅 부사장과 이번 한국인 대상 투자설명회를 주관한 데니 박 씨가 차례로 답변에 나섰다.

윌리엄비버하우스콘도는 내년 중반에 입주가 시작되는 고급 콘도로 월가에 47층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침실이 1개인 곳은 100만∼110만 달러, 2개인 곳은 150만∼160만 달러에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질의응답 시간이 끝난 뒤 참석자들은 설명회에서 멀지 않은 공사현장으로 향했다. 임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투자할 층에 도착한 참석자들은 이곳에서 보는 주변 경관을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맨해튼에 직장이 있는 아들을 위해 아파트를 사는 것을 고려 중”이라며 “그동안의 가격 추이를 보면 투자 목적으로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박 씨는 “수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이미 상당수 한국인이 계약을 마쳤다”며 “내년 1월에는 한국에 가서 투자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인들의 맨해튼 부동산 투자가 급증하면서 현지 부동산 개발업체와 마케팅업체들도 한국 투자자들을 주목하고 있다. 맨해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부동산 중개업체인 코코란도 최근 한국에서 열린 해외 부동산 투자 설명회에 처음으로 부스를 마련해 참가했다.

코코란에서 일하는 황성원 씨는 “맨해튼 부동산 시장이 미국 다른 지역에 비해 좋은 것은 월가 금융회사들이 두둑한 보너스를 지급하는 데다 최근 들어 해외 투자자들의 맨해튼 부동산 매입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 투자자들도 갈수록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얼마 전에는 한 부동산개발업체가 서울에서 맨해튼 콘도를 전 세계 최초로 분양하기도 했다.

한국인들의 경우 아직까지는 자녀 거주 목적의 투자가 많다. 박영서 맨해튼 뉴스타부동산 공동대표는 “한국인들의 거래 유형을 분석하면 자녀들이 유학 중이거나 자녀가 학업을 마치고 뉴욕에서 직장을 잡았을 때 부모들이 투자를 겸해 맨해튼 콘도를 사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맨해튼 부동산시장은 2000년부터 2005년까지는 매년 평균 18%씩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엔 5.0∼5.5%로 성장률이 주춤했다”며 “맨해튼 부동산에 투자할 때에는 거래 비용 등 여러 요소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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