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7년 11월 30일 02시 5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일거리 있다” “고액보장” 문구사용… 경찰 속수무책
일본에서 최근 ‘야미(闇·어둠) 사이트’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주목을 받고 있다. 야미 사이트란 각종 범죄나 범법 행위를 의뢰하거나 공모하는 웹 사이트를 뜻하는 말.
최근에는 ‘신조어 및 유행어 대상’ 올해의 후보 60단어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온라인상에서 범죄를 공모한 뒤 실행에 옮긴 사건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일본 총무성은 26일 정부, 학계, 관련업계, 시민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인터넷상의 위법·유해정보 대응에 관한 검토회’를 열고 야미 사이트 대책 마련에 나섰다.
▽모호한 말로 유인하고 e메일로 의논=야미 사이트 운영자들은 무엇보다 ‘접근성’과 ‘익명성’을 중요시한다. PC나 휴대전화 인터넷으로 누구나 손쉽게 접속하며 신분을 숨기기 쉬운 인터넷의 속성을 최대한 이용한다. 조회수가 500만 회 이상을 기록한 야미 사이트도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게시물은 대개 ‘일거리 있습니다’ ‘고액 급여 보장’ 등의 문구로 방문객을 유혹한다. 전화나 e메일로 상담을 진행해 가능한 한 ‘고객’과 직접 만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절도서 납치 살인까지 피해 다양=8월 나고야(名古屋)에서는 야미 사이트를 이용한 31세 여성의 납치·살해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었다. 3명의 범인은 서로 모르던 사이로 휴대전화용 웹 사이트를 통해 치밀하게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달 초엔 야미 사이트에서 만난 20, 30대 남성과 여중고교생 15명 등으로 구성된 절도단 일당이 붙잡혔다. 소녀들은 전화방에서 만난 남성 9명에게 원조교제를 제안하고 이들이 호텔에서 샤워를 하는 동안 현금 42만 엔과 신용카드 등을 훔쳐 달아났다.
13일에도 ‘복수사이트’를 통해 40대 남성에게 복수할 것을 의뢰한 여성이 상해 혐의로 체포되는 등 야미 사이트로 인한 범행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필터링 등 불구, 단속엔 한계=총무성이 26일 개최한 검토회에는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 총무상, 학계 전문가, 전기통신사업자협회, 텔레콤서비스협회 등이 참석했다.
NTT도코모 등 5개 휴대전화 업체와 야후 등 5개 인터넷 업체, 시민단체인 소비자단체, 정부기관인 경찰청과 문부과학성 대표자들도 총출동했다. 이 자리에서는 야미 사이트 대책으로 인터넷 서비스(ISP) 업체의 필터링(유해 요소를 걸러내는 일) 도입 등이 제시됐다.
일본 IT업체 ALSI는 16일 개설한 ‘필터링 계몽사이트’를 통해 야미 사이트 접속 차단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일본 경찰청은 지난해 6월부터 ‘인터넷 핫라인 센터’를 설치하고 야미 사이트를 단속해 왔다. 이 센터는 1년간 살인청부 등 범법행위 의뢰 9439건을 적발해 운영자에게 통보했지만 자체 삭제한 비율은 74.2%에 그쳤다고 밝혔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헌법이 통신의 비밀을 보장하는 데다 ‘일거리가 있다’는 등 모호한 표현만 보고 강제 조치를 내리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해외에 근거를 둔 사이트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단속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