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명품 신도시다]<2>일본 오다이바

  • 입력 2007년 11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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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지에 건설된 오다이바는 일본이 자랑하는 미래형 신도시다. 일본 도쿄 도심에서 자동차로 20∼30분이면 닿는 해변가에 주거 상업 업무 연구 복합단지가 밀집해 있다. 사진 제공 도쿄 도
매립지에 건설된 오다이바는 일본이 자랑하는 미래형 신도시다. 일본 도쿄 도심에서 자동차로 20∼30분이면 닿는 해변가에 주거 상업 업무 연구 복합단지가 밀집해 있다. 사진 제공 도쿄 도
업무-주거-연구시설 갖춘‘미래형 인공섬’

도쿄 도심서 차로 20분… 모노레일 개통 접근 용이

건물 어디서나 바다 보이도록 지역별로 층수 조정

최첨단 도시 이미지 굳혀… 기업들 입주 문의 쇄도

23일 일본 도쿄(東京) 도심인 신바시(新橋)에서 자동차로 20여 분 거리인 ‘레인보 브리지’.

무지개 모양의 이 다리 너머가 ‘도쿄의 미래’라 불리는 인공섬 오다이바(お台場)다.

이곳에는 인공해변을 따라 복합 엔터테인먼트몰과 초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다.

그 뒤로 오다이바의 랜드마크 건물이 된 후지TV 본사와 연구시설들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들 사이에는 나무로 가득 찬 작은 공원들이 조성돼 있었다.

도쿄 만 매립지에 건설된 이 신도시는 일본이 경기 침체에서 완전히 탈출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상징으로 꼽힌다. 도쿄 하네다(羽田)공항에서 도심으로 가는 중간에 있는 이 인공섬에는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해 4280만여 명이 방문했다.

○도쿄 안의 ‘작은 도쿄’

도쿄 도(都)는 경제부흥기였던 1985년 도심의 기능을 분산하고 도쿄를 세계적인 교류의 거점으로 만들기 위한 장소를 물색했다. 도심에서 6km로 거리가 가깝고, 도쿄 도 소유로 비어 있던 442만 m² 규모의 매립지 오다이바는 신도시 건설에 제격이었다.

도쿄 도 항만국 임해개발부 오치 가즈사 과장은 “다마나 자바 등 도쿄 도심의 혼잡을 줄이기 위해 지은 신도시들이 도쿄와 거리가 멀어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던 것이 교훈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도쿄 도는 취업 인구 9만 명, 상주 인구 4만7000명을 목표로 1989년 임해부도심 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해 직접 ‘미래형 도시’ 건설에 나섰다. 물가와 녹지를 갖춘 이곳에 직장 주거 학교 유원지를 모은다는 계획이었다.

도쿄 도는 해변인 다이바 지구에 상업, 업무 시설을 밀집시키고 아리아케 남쪽에는 도쿄국제전시장을 비롯한 컨벤션 시설을, 아리아케 북쪽에는 주거시설을, 아오미 지구에는 국제 연구시설을 유치했다.

도심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레인보 브리지를 건설했으며 자기부상열차인 ‘유리카모메 모노레일’을 확장했다. 2002년에는 전철 노선인 ‘린카이센’도 새로 개통했다.

○‘명품 신도시’ 이미지가 도시 경쟁력

도쿄 도는 오다이바를 ‘명품 신도시’로 만들기 위해 건축 디자인을 다양화했다.

한 건물이 다른 건물을 가려 바다를 보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이 지역 건물들의 층수도 세심하게 조정했다. 이 때문에 중심부의 건물이 제일 높고 외곽의 빌딩은 층수가 낮아 도시 전체가 언덕 모양으로 조성됐다.

또 건물의 주차장 면적을 도쿄의 도심지역보다 여유있게 확보하도록 해 이 지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했다.

오다이바에서는 청소차를 찾아볼 수 없다. 각 건물에서 나온 쓰레기는 지하에서 압축해 도시 밖으로 빼낸다. 도시 전체의 냉난방도 중앙집중식으로 관리한다.

후지TV 일본항공호텔 아쿠아시티 등 오다이바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의 모임인 ‘임해부도심 마을 만들기협의회’ 도쓰카 마사토 사무국장은 “최첨단 도시라는 이미지가 기업의 경쟁력과 이미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오다이바 입주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보는 도쿄의 첫 관문

오다이바에도 시련은 있었다. 1995년 세계도시박람회 유치 계획이 무산됐고 이후 ‘버블 경제’의 붕괴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사업비 2조3600억 엔(약 20조3000억 원)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직접 추진하던 도쿄 도는 땅값 하락 때문에 큰 부담을 지게 됐다.

이 때문에 도쿄 도는 민간 사업자에게 땅을 임대하는 방식에서 전체 토지의 14%가량을 매각하는 쪽으로 전환했다.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 활력을 되찾은 일본 경제는 오다이바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2, 3년 전부터는 일본과 해외 기업들의 입주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또 일본 정부가 도쿄에서 거리가 먼 나리타공항 대신 하네다공항을 확대해 국제공항으로 쓰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오다이바는 앞으로 도쿄의 관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대 도시공학과 오카타 준이치로 교수는 “오다이바는 2015년 완성을 목표로 아직 건설 중이지만 교통의 네트워크가 좋고, 업무 주거 문화 여가가 유기적으로 이뤄지는 미래형 도시이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도쿄=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국토교통성 쓰노다 과장

▼수도권 과밀 해결하려면 인구-시설 밀어내지 말고 중소도시 교통망 늘려야▼

“수도권 과밀(過密)의 문제는 사람과 업무시설을 밖으로 밀어내는 대신 수도권 내 중소형 도시들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풀 수 있습니다.”

일본 국토교통성 국토계획국 대도심권계획과 쓰노다 요스케(사진) 과장은 도쿄 ‘일극(一極) 의존 구조’에 대한 일본 정부의 해법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도 일본의 수도권(1도 7현)에 있는 중소 거점도시들은 도쿄에 대한 의존성이 강하다. 중소 거점도시끼리 교통망이 잘 연결돼 있지 않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도쿄를 거칠 수밖에 없다는 것.

쓰노다 과장은 “2015년까지 수도권 내 중소형 거점도시를 잇는 도로망을 건설하고, 각각의 도시에 대학과 기업을 유치해 자립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방식으로 수도권 내에 ‘분산형 네트워크 구조’를 만들면 도쿄의 과밀을 완화하면서 수도권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은 1958년 수립했던 ‘수도권 기본·정비계획’에 따라 1990년대 중반까지 업무시설과 인구를 수도권 밖으로 분산하고, 수도에 공장 건설을 막는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 도쿄의 과밀을 막는 데 실패해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는 것.

일본의 인구가 줄면서 수도권 인구가 2005년 4239만 명에서 2011년 4190만 명, 2015년 4180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정책을 바꾸게 된 중요한 원인이다.

쓰노다 과장은 “인구 감소를 대비해 대도심권을 중심으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네트워킹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도쿄=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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