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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1월 1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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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도 IBM도 탐내는 두뇌
《소 떼가 도심에서 자동차들 사이를 여유롭게 거닐고, 화장한 뼛가루를 뿌려 오염된 강물을 성수(聖水)라며 마시는 나라 인도. 그런 인도가 최근 10여 년 사이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도는 1990년대 중반 미국에서 IT 아웃소싱 사업을 유치하기 시작한 이후 현재 전 세계 IT 아웃소싱의 57%(연간 319억 달러)를 맡아 처리하고 있다. 이달 초 인도의 ‘IT산업 1번지’ 벵갈루루에 있는 몇몇 업체를 방문해 이 나라가 IT 강국으로 떠오른 비결을 찾아보았다.》
○ 세계적 IT 기업
1000여 곳 진출
뭄바이에서 1시간 30분 비행기를 타고 벵갈루루에 내리자 이곳이 어떻게 IT 도시로 탈바꿈했는지 궁금증의 일부가 풀렸다.
해발 920m의 고원지대가 주는 기후와 환경의 쾌적함이 뭄바이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서늘함이 느껴졌다. 비행기 탑승지인 뭄바이의 한낮 기온이 섭씨 35도인 데 비해 벵갈루루는 27도였다. 또 도시 곳곳에 아름드리나무들이 우거져 거대한 정원 같았다.
벵갈루루에는 인도의 IT 3대 기업인 TCS, 인포시스, 위프로를 포함해 전체 3700여 개에 이르는 인도 IT 업체의 55%가 몰려 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IBM, HP, 델 등 세계적인 IT 기업의 지사 1000여 곳도 진출해 있다.
1991년에만 해도 이곳에 자리를 잡은 외국 기업은 10여 개에 불과했다고 한다. 하지만 인도의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는 미국과 영국 등 서구 업체의 본사 파견 직원들이 생활환경이 불편하다고 호소하면서 환경이 쾌적한 이곳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고 정보 관련 업체 인포테크의 라시미 라오(28·여) 씨는 설명했다.
벵갈루루의 대표적 IT 산업단지인 ‘일렉트로닉스시티’. 이곳에 위치한 인포시스 본사는 마치 잘 꾸며진 자연녹지 공원 안에 있는 듯했다. 회사 구내에서의 이동 수단은 자전거와 전기 자동차뿐이다.
“특별히 정해진 출퇴근 시간은 없어요. 중간에 사라져도 뭐라고 하는 사람 없고요.(웃음) 하지만 결과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물론 끝장이지요.” 회사를 안내한 여직원 제인 니타 씨는 회사의 자유로운 근무 분위기를 이렇게 말했다.
○ “고객 요구에 따라
두뇌 역할 충실히”
인도식의 억양이 강한 영어를 힝글리시(Hinglish)라고 부른다. 하지만 인포시스 내에서 통용되는 영어는 영국 BBC나 미국 CNN 방송에서 들을 수 있는 표준적인 영어다.
니타 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로 수업을 받아 영어로 사고하는 직원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발음이 문제인데 외국 고객들을 많이 상대하기 때문에 스스로 많은 노력을 하고 회사에서도 교육을 많이 시킨다”고 귀띔했다.
인도 IT 3위 업체인 위프로의 사친 물레이 전략마케팅 본부장도 “영어는 필수”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물레이 본부장은 또 “회사 업무가 콜 센터 등 단순 용역에서 반도체 설계 등 연구개발(R&D)로 비중이 옮겨지고 있다”며 “세계 굴지의 회사들로부터 휴대전화 및 각종 정밀기기의 설계 주문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R&D 인력만 1만8500명으로 전 세계 아웃소싱 업계 가운데 고급 인력의 수효와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물레이 본부장은 강조했다.
인도의 기술력이 높아지고 있지만 직접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물레이 본부장은 “제조업은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는 데다가 이익률은 아주 낮다. 우리는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두뇌 역할만 충실히 함으로써 고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대답했다.
광통신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세미링크 인디아’를 운영 중인 정현경(41) 사장은 “인도의 관련 기술 수준은 선진국과 차이가 없다. 인도가 발전함에 따라 해외에서 공부한 뒤 U턴하는 과학자도 많아 R&D 분야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벵갈루루=전창 기자 jeon@donga.com
▼NASA 과학자 36%, MS 직원 34%가 인도인▼
■ 풍부한 이공계 인적 자원
인도가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부상한 최대의 밑거름은 풍부한 이공계 인적자원이다.
KOTRA 뭄바이 무역관에 따르면 미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의 36%, 마이크로소프트(MS) 직원의 34%, IBM 직원의 28%가 인도인이다.
인도는 수학, 물리 등 기초과학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수학적 능력과 관련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구구단 외에 19단을 외우는 나라로 유명하다. 예를 들어 ‘17×18=306’이 순식간에 머릿속에서 떠오르도록 어려서부터 계산 능력을 높이는 데 힘을 쏟는다.
인도의 1만6885개 대학과 347개 고등전문기관에선 매년 230만 명의 대학 졸업자가 쏟아져 나온다. 이 중 영국 더 타임스 선정 ‘세계 3대 공과대’인 인도공대(IIT)를 비롯한 공대 졸업생만 49만5000명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입학하기 어려운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을 운영하는 학교 중 하나로 인도경영대학원(IIM)을 꼽았다. 이 대학원의 아마르나드 크리시나스와미(57) 교수는 “원자재(raw material·입학생을 지칭)가 워낙 훌륭하다. 이들에게 국제적 실무 감각을 가르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벵갈루루=전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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