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설 뿜다가 면박당한 차베스

  • 입력 2007년 11월 11일 17시 08분


코멘트
"닥치고 계시지(shut up)!"

좌충우돌 발언으로 정평이 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10일 돌출발언을 늘어놓다가 스페인 국왕으로부터 공개 면박을 당했다. 이날까지 칠레에서 열린 이베로 아메리칸 정상회담 폐막식에서였다.

이날 차베스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을 지지했던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전 스페인 총리를 "파시스트"라고 부르며 "파시스트는 인간도 아니다. 차라리 뱀이 더 인간에 가깝다"는 독설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9월 유엔 총회장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악마(devil)"로 부른 바 있다.

발언차례가 돌아온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현 스페인 총리가 자신의 경쟁자였던 아스나르 전 총리를 방어하고 나섰다. 그는 "아스나르 전 총리는 합법적으로 선출된 지도자였다.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걸 차베스 대통령에게 분명히 해두고 싶다. 예의만 갖추면 반대의견을 얼마든지 펼 수 있다"고 점잖게 대응했다. 다른 남미국가 정상들은 박수로 동감을 표시했다고 AP 통신은 보도했다.

충고를 들은 차베스 대통령은 마이크가 꺼져 있었지만 수차례 뭔가 말하면서 끼어들려고 했다.

바로 이때 화가 난 카를로스 국왕이 손가락질을 하면서 "입 좀 닥치라"고 말했다. 그는 "지도자라면 타인의 말을 듣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도 덧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권별로 좌우 구분이 선명한 남미에서 차베스 편이 없지는 않았다.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은 발언시간의 일부를 차베스에게 떼어주었다. 차베스 대통령은 "진실을 말했을 뿐인데 누구를 공격했다는 거냐"며 물러서지 않았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