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B, 스탈린시절 요리재료 일일이 검사

  • 입력 2007년 10월 9일 03시 04분


수십 년간 장막에 가려졌던 크렘린 주방의 비밀이 벗겨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부인 류드밀라 여사는 지난달 출간한 ‘푸틴: 권력에 이르는 길’이라는 책에서 지금까지 비밀로 지켜져 온 크렘린 주방의 세계를 일부 소개했다.

크렘린 식당은 제정러시아 당시 차르들이 이용했으며 구 소련 시절에는 공산당 서기장 등 최고 지도자들이 애용한 곳.

류드밀라 여사는 크렘린 식당에서 남편이 좋아하는 생선 수프와 녹차를 직접 요리한다고 밝혔다.

지도자 부인의 식당 출입은 이오시프 스탈린 시절에 비하면 한 단계 진보한 것이다. 1924년 1월 니콜라이 레닌이 사망하자 스탈린은 크렘린 식당을 국가안보위원회(KGB)가 관리하도록 맡기는 한편 남자 요리사만 선발하도록 했다. KGB 요원들은 국영농장에서 기른 농수산물을 일일이 체크한 뒤 주방으로 들여보냈다.

1953년 3월 스탈린이 사망하자 비밀경찰 총수 라브렌티 베리야가 식당을 장악한 뒤 요리사들을 전원 해고했지만 같은 해 9월 권력을 잡은 니키타 흐루쇼프는 스탈린 전속 요리사와 KGB 요원들을 다시 불러들였다. 지도자 부인의 주방 출입도 흐루쇼프 시절부터 빈번해졌다. 흐루쇼프의 부인 니나 페트로브나는 주방 요리사들을 모두 여자로 바꾼 뒤 이른 아침부터 잠옷 바람으로 주방에 들락거렸다.

1964년 크렘린에 입성한 레오니트 브레즈네프는 요리사들에게 건강 식단을 짜라고 재촉했다. 부인 빅토리야 페트로브나는 주방에서 말린 살구와 설탕에 절인 과일을 직접 준비했다. 그런데 1970년대 브레즈네프의 심장병이 도진 뒤부터 크렘린 주방은 비상이 걸렸다. 말년에 밀가루 음식을 극도로 기피한 브레즈네프는 저울을 사용해 야채보다 밀가루가 많아지지 않도록 했다.

보리스 옐친 초대 러시아 대통령은 크렘린 식당의 ‘민주적’ 이용에 앞장섰다. 그는 부인 나이나 여사와 상의해 식당을 개조했으며 요리사 채용에서도 부인의 의견을 존중했다. 하지만 채용된 요리사가 옐친의 맘에 들지 않을 경우 견디기 힘들었다. 나이나 여사가 다시 채용한 전속 요리사가 옐친에 의해 두 번이나 해고당하기도 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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