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무차별 총격… 정치범 처형… 미얀마 잔혹극

  • 입력 2007년 10월 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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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바리 유엔특사, 아웅산 수치 만나이브라힘 감바리 유엔특사(왼쪽)가 2일 미얀마 양곤에서 민주화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양곤=AFP 연합뉴스
감바리 유엔특사, 아웅산 수치 만나
이브라힘 감바리 유엔특사(왼쪽)가 2일 미얀마 양곤에서 민주화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양곤=AFP 연합뉴스
‘무릎을 꿇은 채 무장한 군과 경찰에 둘러싸인 미얀마의 시위 청년 대여섯 명. 이들에게 거친 발길질을 해대던 경찰이 청년들을 일으켜 세운 뒤 진압봉으로 두들겨 패기 시작한다. 청년들은 두 손을 뒷머리에 올린 채 머리와 등을 마구 얻어맞으면서 호송차로 끌려간다….’

미 CNN 방송이 3일 단독 입수해 방송한 미얀마 군부의 시위진압 장면이다. 이 방송은 강가에 둥둥 떠 있는 승려의 시신도 잠시 내보냈다. 선황색(사프란) 승려복을 입은 승려의 시신엔 여기저기 핏자국이 보여 무자비하게 구타당한 흔적이 확연했다. CNN은 화면의 출처는 공개하지 않았다.

미얀마의 반정부 시위는 소강상태에 들어섰다. 하지만 돌멩이 하나 던지지 않은 평화시위대에 대한 군부의 인권유린과 무자비한 폭력이 다시금 국제사회의 지탄과 주목을 받고 있다.

미얀마는 휴먼라이츠워치와 국제사면위원회, 프리덤하우스 등 국제인권단체들로부터 매년 세계 최악의 인권탄압국 중 하나로 분류돼 왔다.

이들 단체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는 주요 인터넷 서버를 통제하고 웹 콘텐츠와 언론, 출판물을 수시로 검열한다. 지난해 2월 정부에 비판적인 내용의 시를 쓴 시인들이 징역 7∼19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심지어 2005년 새로 옮긴 수도 네피도의 사진을 찍어 해외 언론에 제공한 사진기자 2명은 ‘국가정보 유출’ 혐의로 투옥됐다. 역사적 인물들의 전기 등을 소지한 대학 교수와 학생들도 형사 처벌됐다.

반체제 인사들이 법적인 절차 없이 감옥에 끌려가 처형되는 경우 역시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추정되는 정치범만 1200여 명. 군부가 지난해 감옥으로의 사식(私食) 반입을 금지하고 식량, 의약품 관련 예산을 감축하면서 수용소 환경은 더 열악해졌다. 국제적십자의 교도소 시찰 방문도 금지됐다.

군부는 친(Chin)족 등 소수민족 여성과 결혼하는 군인들에게 ‘버마화(Burmanization)’에 기여한다는 이유로 1만6000달러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결혼제도를 악용한 이런 인종청소 시도는 군인의 집단강간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더 많다고 현지 여성운동가들은 전했다.

이번 시위진압 과정에서도 외부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사망자와 인권유린 피해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얀마 시민들은 군정의 소식을 일방적으로 전하는 저녁 시간대에는 TV를 끄고 소등해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2일 특별회의를 열어 평화시위에 대한 미얀마 군부의 폭력적 탄압을 비판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요한 할렌보리 태국 주재 스웨덴 대사는 특별회의에서 “중무장한 보안군이 단 몇 분간의 해산 시간만 준 뒤 곧바로 시민들에게 총격을 가했다”고 증언했다.

이브라힘 감바리 유엔특사는 이날 아웅산 수치 여사와 2차 면담을 한 뒤 나흘간의 방문 일정을 마치고 출국했다. 그는 5일 유엔에 미얀마 상황을 보고할 예정이다.


▲ 촬영·편집 : 노소남 동아닷컴 객원기자


▲ 촬영·편집 : 노소남 동아닷컴 객원기자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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