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서방 돈 뭉치’ 해외로 풀린다

  • 입력 2007년 8월 22일 03시 02분


중국 정부가 개인에게 해외 증시의 주식을 직접 살 수 있도록 처음 허용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은 20일 금융개혁시범지구인 톈진(天津) 빈하이(濱海) 신구를 통해 개인이 직접 홍콩에 상장된 외국의 주식을 사고팔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그동안 은행과 증권사 등 정부가 인가한 금융기관(QDII)의 펀드나 기업체 명의의 해외 투자만 허용했다.

홍콩 주식을 사려면 톈진 빈하이 신구의 중국은행에 외환계좌를 개설하면 된다. 주식 매매는 달러와 위안화 모두 사용 가능하다. 홍콩 증시 투자는 투자한도액이 따로 없다. 1인당 외화 구매 한도액 5만 달러 규정도 적용되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이날 개인의 홍콩 증시 주식 매매를 우선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혀 앞으로 뉴욕이나 도쿄(東京)에 상장된 해외 주식도 살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개인의 해외 주식 매매 제한을 더 풀 방침임을 시사했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과도한 무역흑자에 따른 국제수지 불균형과 무역마찰을 해소하고 위안화 절상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상반기 1조3326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6% 늘었다.

이번 조치는 중국의 ‘차이나 머니’가 해외 증시로 유입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이체방크는 이번 조치 시행 이후 1년 안에 약 400억 달러의 외환이 홍콩 증시로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홍콩의 항셍지수는 20일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 소식이 전해지면서 5.92%(1208.5포인트) 올라 21,595.63을 기록한 데 이어 21일엔 21,729.35까지 올랐다. 특히 대륙과 홍콩에 동시 상장된 홍콩 H주는 20일 8.74% 오른 데 이어 이튿날에도 2.88% 상승했다.

하지만 현재 해외 주식의 투자 수익이 중국 내륙에 비해 현저히 낮은 데다 실질적인 해외 주식 투자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중국의 개인투자자가 곧바로 해외 주식에 달려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 김두현 재경관은 “중국은 아직 해외 주식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정보전달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며 “중국의 주식시장이 호황인 상태에서 투자 위험이 큰 해외 주식에 중국인이 집중 투자할 가능성은 단기적으로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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