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자 건강 문제 없나

  • 입력 2007년 7월 2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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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의 한국인 납치 사건이 발생 9일째를 맞은 27일.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인질들의 건강 상태에 대한 우려가 부쩍 높아졌다.

극도로 열악한 환경에 갇혀 있는 인질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버틸 수 있는 한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특히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의 체력도 나빠지고 있다는 징후가 나와 걱정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자신이 아프간 가즈니 주의 탈레반 주지사라고 주장한 주물라 무하마드 사비르는 26일 미국 CBS방송에 “남자 인질 한 명은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아픈 남성에게는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해 줬으며 이후에도 의학적 훈련을 받은 동료 인질 몇 명이 그를 보살펴 줬다”고 주장했다.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도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질 가운데 일부가 아픈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우리가 보유한 약은 아프간에서 많이 쓰이는 두통약과 진통제 2가지뿐”이라며 “음식과 약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AP통신과의 통화에서도 “날씨 때문인지 우리가 제공하는 음식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부 인질의 상태가 좋지 않다”며 “여성 인질들은 울고 있다”고 했다.

남성들과 분리 수용돼 있는 여성 인질의 상태는 더 좋지 않다. 26일 미국 CBS방송을 통해 처음으로 육성이 공개된 임현주 씨의 호소가 이를 뒷받침한다. 임 씨는 “우리는 모두 아프고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정말로 지친다”고 말했다.

아프간 현지 파지와크통신과 연결된 한 여성 인질(임 씨로 추정)도 “여러 명이 병이 났는데 탈레반이 약을 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이 여성은 또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고 다른 여성 한 명도 매우 아픈 상태”라고 전했다.

최소한 두 명의 여성이 아픈 몸으로 괴로움을 겪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슬람 지역 전문가들은 △일교차가 심한 사막 기후 △산소가 충분하지 않은 고산지대 △불볕더위 속에서 폐쇄된 공간에 갇혀 있는 상황 △열악한 위생상태 등이 인질들의 체력을 급속히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급로 차단으로 생필품은 물론 약과 음식도 부족하다.

장병옥 한국외국어대 중동연구소장은 “이미 배형규 목사를 살해한 탈레반이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인질들이 느끼는 정신적 스트레스도 극에 달해 있을 것”이라며 “이 상태가 길어지면 기진맥진해서 병사하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여러 경로로 상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인질들의) 안전과 건강에 심각한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능한 한 조속히 의료품 식량 생필품 등을 전달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무니르 망갈 아프간 내무차관은 AFP통신에 “인질들의 건강상태는 좋은 편이고, 일부 아픈 인질을 위해 약이 보내졌다”고 전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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