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석방 전략 무산… 직접 대면협상 가능성

  • 입력 2007년 7월 26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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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된 한국인에 대한 ‘석방작전’이 한창 진행 중이던 24일 정부 고위 당국자는 “한 명의 사상자라도 생기면 이번 교섭은 실패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25일 실제로 한국인 피랍자 중 한 명이 사망했다는 외신보도가 나왔다.

정부는 피랍자 살해설이 보도되기 직전까지도 “무장단체와 지속적인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 최악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며 비교적 협상 결과를 낙관하고 있었지만 불의의 사태를 당하면서 일대 혼란에 빠졌다.

▽“추가 희생을 막아라”=이날 8명의 피랍 한국인이 석방됐지만 탈레반 무장단체가 1명의 인질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는 초비상이 걸렸다.

게다가 탈레반 무장단체 대변인은 26일 오전 5시 반(한국 시간)을 한국인 인질 석방의 ‘마지막’ 협상 시한으로 제시해 정부를 궁지로 몰았다.

탈레반 무장단체가 이미 피랍자 한 명을 살해했다면 마지막 협상 시한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피랍자를 추가로 살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

정부는 그동안 무장단체가 4차례 협상 시한을 제시하는 동안 “의도적으로 혼란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사실상 ‘무시전략’을 사용해 왔다. 정부로서는 무장단체를 자처하는 세력의 언론을 통한 협상 시한 제시가 직접 당사자가 아닌 주변의 이해 관련자들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가 확인을 거부하며 사실상 언론을 통한 심리전이라고 치부했던 탈레반 무장단체의 요구는 대부분 실질적인 그들의 생각을 반영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직접 협상 나서나?=인질 1명이 살해됐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부는 탈레반 무장세력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절박한 지경에 빠지게 됐다.

일단 정부는 앞으로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현재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는 한편 ‘모든 가능한’ 네트워크를 동원해 탈레반 무장단체와의 협상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마지막 한 명의 생존자라도 무사히 송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8명의 피랍자를 풀어내는 데 효과적으로 작동했던 한국정부와 아프간 정부, 미국 영국의 공조전선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실제로 25일 이뤄졌던 8명에 대한 석방에는 미군이 깊숙이 개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 측이 추가로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 탈레반 죄수 석방은 아프간 정부의 주권 문제지만 ‘막후세력’인 미국 영국 등 주둔 연합군의 의지에 좌우되는 사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꺼려왔던 직접 대면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초 정부는 최악의 경우 외부에는 철저히 비밀에 부치지만 아프간 정부의 도움을 받아 무장단체 측과 테이블에 마주 앉아 협상을 벌일 가능성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 경우 납치·테러 세력과 직접 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야 한다는 고민이 있다. 대표적인 국제 분쟁 지역에 쏠리고 있는 국제사회의 시선도 부담스럽다.

▽너무 낙관적인 대응?=정부는 현지에 파견된 문하영 전 주우즈베키스탄 대사가 아프간 정부의 비상대책회의에 직접 참가하는 등 아프간 정부를 통한 무장단체와의 직·간접 접촉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아프간 정부와 한국 정부가 ‘혼연일체’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정부가 긴밀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탈레반 무장단체와의 접촉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했다.

시시각각으로 변해가는 아프간 현지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신속하게 대응했는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이번에 납치된 한국인들의 남녀 수에 대해 25일까지도 정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아프간 정부는 피랍자가 남자 5명에 여자 18명이라고 공식 발표했지만 샘물교회 측은 여자 13명에 남자 7명이 출국했다고 밝혔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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