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테러단체와 직접 협상 불가’ 원칙 깨나

  • 입력 2007년 7월 23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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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2일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을 납치한 탈레반 무장세력과 ‘교감 단계’에 들어갔다고 밝히면서 그 속뜻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한국인을 납치한) 무장단체와 직·간접적인 몇몇 경로를 통해 접촉하고 있다”며 “서로 (요구사항을 놓고) 교감을 이뤄나가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납치 단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사람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도 파악해야 하고, 그 과정에 우리의 뜻도 자연스럽게 전달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두고 ‘납치나 테러를 일삼는 조직이나 세력과 직접 협상하지 않는다’는 기존 원칙을 바꾼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피랍 사실이 언론을 통해 처음 알려졌던 20일 정부 당국자는 “정부가 납치세력과 교섭한 전례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피랍 사건인 데다 탈레반이 정부에 1차 협상 시한으로 제시했던 21일 낮 12시(한국 시간 오후 4시 반)가 지난 직후 먼저 납치했던 독일인들을 살해했다고 밝힌 점 등을 감안할 때 정부의 태도 변화가 불가피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납치 조직과의 협상 불가’라는 원칙만 내세우다가 피랍자들의 신변에 즉각적인 위험이 생길 경우 그 결과를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상황은 명확하게 말하면 (납치 세력과) 접촉하는 단계이며 협상이라고 하기는 이르다”며 “정부가 피랍자들의 안전한 석방을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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