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코냑-금목걸이로도 부족한가”

  • 입력 2007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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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뚤어진 분노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 조승희가 사건 당일 미국 NBC 방송에 보내 18일 공개된 사진 가운데 한 장. 양손에 권총을 들고 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응시하는 모습이 섬뜩하다. 사진 제공 NBC
비뚤어진 분노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 조승희가 사건 당일 미국 NBC 방송에 보내 18일 공개된 사진 가운데 한 장. 양손에 권총을 들고 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응시하는 모습이 섬뜩하다. 사진 제공 NBC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을 저지른 범인 조승희는 사건 당일인 16일(현지 시간) 총과 칼로 무장한 자신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 및 주장을 담은 선언문(매니페스토)을 미 최대 방송사인 NBC에 보냈다.

NBC는 18일 오후 6시 30분 나이틀리 뉴스에서 조승희가 보낸 동영상과 사진 가운데 일부를 공개한 데 이어 19일에도 일부 동영상을 공개했다.

조승희가 16일 버지니아공대 기숙사에서 2명을 살해한 직후에 보낸 이 우편물에는 전투복을 연상하게 하는 등산조끼를 입은 채 양손에 권총 2자루를 들고 위협하는 그의 모습이 담겨 있다. 또 그가 카메라 정면에 총과 칼을 겨누면서 사건을 예고하는 섬뜩한 모습도 그대로 들어 있다.

NBC는 이 우편물에 27개의 동영상 파일과 43장의 사진 및 1개의 음성 파일과 함께 선언문이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동영상을 통해 “시간이 됐다. 거사는 오늘이다. 너희는 내게 피를 흘리게 하고 나를 궁지로 몰았으며 결국 내가 이런 선택밖에 할 수 없게 만들었다”며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했다.

동영상에서 그는 “누가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알아? 목구멍으로 쓰레기를 넘기는 기분, 자기 무덤을 파는 기분이 어떤지 알아?”라며 주변에 대한 불만감을 강하게 표출했다.

그는 “벤츠 자동차로, 금목걸이로, 보드카와 코냑으로도 부족했냐”라면서 부유층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19일 추가로 공개한 동영상에는 조승희가 자신을 모세와 동일시하는 듯한 장면이 포함되어 있다.

스티브 캐퍼스 NBC뉴스 사장은 조승희가 보낸 우편물을 받은 뒤 바로 미 연방수사국(FBI)에 신고했다. FBI는 이 우편물에 대한 정밀 분석 작업에 들어갔으며 경찰은 이번 사건이 철저히 계획된 범죄라는 데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19일 오전 버지니아공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는 언론이 범인이 제작한 동영상과 사진을 공개한 데 대해 수사 당국이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스티브 플라어티 버지니아 주 경찰청장은 “언론의 공개로 끔찍한 내용의 사진과 동영상을 사람들이 본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 희생자 유가족들은 NBC ‘투데이 쇼’에 출연해 참사에 대한 심경을 밝힐 계획이었으나 NBC 가 조승희의 동영상과 사진을 공개한 데 반발해 출연 계획을 취소했다고 18일 AP통신이 보도했다.

한편 버지니아공대는 19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으로 희생된 모든 학생에게 사후 학위를 수여하겠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또 상담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과 다양한 학기 수료 방법을 마련해 학생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블랙스버그=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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