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낭보’ 여수까지… 2012세계박람회 부푼 꿈

  • 입력 2007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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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섭 여수시장, 김재철 2012세계박람회 중앙유치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 박준영 전남지사(왼쪽에서 두 번째부터) 등이 26일 여수시청에서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 지원 협약식’을 가진 뒤 자전거 홍보단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여수=연합뉴스
오현섭 여수시장, 김재철 2012세계박람회 중앙유치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 박준영 전남지사(왼쪽에서 두 번째부터) 등이 26일 여수시청에서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 지원 협약식’을 가진 뒤 자전거 홍보단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여수=연합뉴스
전남 여수시가 유치를 추진하는 2012년 세계박람회장 조감도. 오동도 일대 신항지구 42만7000평에 해양주제관, 국가관, 국내외 기업관 등이 들어선다.
전남 여수시가 유치를 추진하는 2012년 세계박람회장 조감도. 오동도 일대 신항지구 42만7000평에 해양주제관, 국가관, 국내외 기업관 등이 들어선다.
국제박람회기구 내달 9∼13일 현지 실사

27일 전남 여수시 수정동 옛 여수지방해양수산청 터.

여수의 명소 오동도에서 300여 m 떨어진 이곳에서는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 홍보관 건립 공사가 한창이다. 현장은 땅을 고르는 굴착기와 외부 마감재인 패널을 끌어올리는 대형 기중기의 굉음으로 요란했다.

전시실과 영상관, 회의실 등을 갖춘 홍보관(지상 2층·연건축면적 454평)은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이 여수를 방문하는 다음 달 12일 개관할 예정이다.

최선주(54) 현장소장은 “‘살아 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이란 여수박람회의 주제에 맞도록 바다로 나아가는 배와 거북선 갑판 등을 형상화했다”며 “정보통신 강국의 면모를 보여 주기 위해 내부 시설을 3D 입체영상 등 최첨단 기술로 꾸밀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2년 세계박람회 유치를 신청한 여수는 BIE 현지 실사(4월 9∼13일)를 앞두고 손님 맞을 채비로 분주하다. 도로변 화단을 화사한 봄꽃으로 단장하고 실사단 시찰 코스를 점검하는 손길이 바쁘다.

이날 여수시 신월동에서는 주민 20여 명이 거리로 나와 화단에 팬지와 데이지를 심고 거리 청소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아름다운 여수 가꾸기 운동’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다.

여수가 세계박람회 유치에 나선 것은 이번이 두 번째. 5년 전엔 2010년 박람회 개최권을 중국 상하이에 내줬다. 그래서 이번 실사를 앞둔 각오가 남다르다.

2004년 11월 지방유치위원회를 꾸린 여수 시민들은 ‘두 번 실패는 없다’며 똘똘 뭉쳤다. 시민 29만 명 가운데 8만여 명이 여수시가 만든 청소분과, 홍보분과 등 76개 분과위원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여수시 동문동 부녀회장 윤경임(57) 씨는 “주민들이 반상회를 열어 실사 때 ‘행동수칙’을 정했다”며 “실사단이 방문하면 집집마다 베란다에 화분을 내놓고 조를 짜 도로에서 실사단원 캐리커처가 그려진 피켓과 국기를 흔들며 환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레세르 탈레스 BIE 사무총장, 카르멘 실바인 집행위원장 등 실사단 7명은 9, 10일 서울에서 환영 리셉션, 설명회 등 일정을 마치고 11, 12일 여수를 찾는다.

경쟁국인 모로코와 폴란드는 각각 4월 30일∼5월 4일, 5월 14∼18일에 현지 실사를 받는다.

박람회 개최지는 올해 12월 제142차 총회에서 98개 회원국 대표들의 비밀투표로 결정된다.

김광현(67·전 여수시장) 여수 세계박람회 준비위원장은 “여수가 작은 도시지만 세계박람회를 치러 낼 여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음을 보여 줄 계획”이라며 “자치단체와 시민이 한마음이 돼 준비하는 만큼 성공적인 실사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여수 유치를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24일 경제인 200여 명과 함께 5박 6일 일정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3개국을 순방하면서 각국 지도자에게 여수 지지를 요청하고 있다.

김성진 해양수산부 장관도 박람회 유치를 위해 21일부터 10일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나미비아 등 3개국을 방문하고 있으며 권오룡 중앙인사위원장은 노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17∼23일 태국과 스리랑카를 방문했다.

외교통상부도 재외 공관을 통해 97개 BIE 회원국을 대상으로 활발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국내 유치 열기를 확산시키기 위한 행사도 전국 곳곳에서 마련된다.

19일부터 사이클 홍보단이 100만 명 서명운동에 나섰고 4월 1일부터 11일 동안 전국 12개 지역에서 360명이 500km를 달리는 ‘2012 트윈 전국 자전거 투어’가 열린다. 여수에서는 실사에 맞춰 4월 15일부터 5일간 ‘거북선축제’가 펼쳐지고 이 기간을 전후해 동백가요제, 세계불꽃축제, 한중일 음식축제 등이 열려 유치 분위기를 띄운다.

유치가 확정되면 여수시는 2012년 5월 12일부터 8월 12일까지 3개월간 오동도 일대 신항지구에서 박람회를 열 계획이다.

박람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면 외국인 43만 명을 포함해 795만 명의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돼 경제적으로 10조300억 원의 생산 유발과 9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여수=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 경쟁국은 어디 모로코 - 폴란드와 3파전

2012년 세계박람회 유치 신청을 낸 국가는 한국(여수)을 포함해 모로코(탕헤르), 폴란드(브로츠와프) 등 3개국.

한국은 국민소득 수준을 비롯한 전반적인 경제 여건과 올림픽 월드컵 등 그동안 굵직한 국제대회 개최 경험 등의 측면에서 경쟁국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박람회 주제로 내건 ‘살아 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이 지구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 등 최근의 세계적 화두와 맞아떨어진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모로코는 아프리카 및 이슬람권 국가로서는 ‘최초 개최’라는 명분을 앞세워 국왕이 직접 유치활동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탕헤르는 국제적 휴양지로 널리 알려진 데다 왕실외교와 이슬람권의 독특한 유대감이 지지그룹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는 2004년 유럽연합(EU) 가입에 따른 친서방 외교노선을 바탕으로 EU 회원국과 동유럽권 국가를 지지세력으로 모으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유럽 중동부 지역의 최대 시장으로서의 잠재력과 경쟁도시 가운데 해외상주공관(63곳)이 가장 많다는 것이 장점.

여수=김 권 기자 goqud@donga.com

■ 여수박람회 누가 뛰나

김재철 前무역협회장이 진두지휘

정몽구 회장 등 기업인 후방 지원

26일 오전 전남 여수시청 상황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박준영 전남지사, 김재철 2012세계박람회 유치위원장, 오현섭 여수시장과 여수세계박람회 유치 후원 협정을 체결하고 “유치 성공을 위해 지원 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여수시와 유치위 관계자들은 박람회 유치 홍보물에 서울시 로고를 사용하고, 서울시내 전광판 홍보에 나서는 등 이번 협정이 2500만 수도권 주민의 박람회 유치 열기에 불을 붙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출범한 중앙유치위원회는 민관을 통틀어 유치 활동을 총괄한다. 한국무역협회장을 지낸 김재철(동원그룹 회장) 위원장은 각계의 유치 활동 상황을 시시각각 보고받는다.

정부와 민간 분야를 넘나드는 정책조율역은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을 지낸 정찬용(외교통상부 NGO대사) 상근부위원장이 맡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정몽구(사진) 회장은 유치위 고문으로, 삼성전자 LG전자 SK 현대차와 전국경제인연합회 금호아시아나 GS칼텍스 한국전력공사 대표 등은 부위원장 및 집행위원단에 참여해 유치 활동을 후방에서 지원한다.

정부 쪽에서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관계 부처 장관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여수세계박람회 유치지원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

국회도 여야 의원 15명으로 ‘2012 여수세계박람회 유치특위’(위원장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를 구성해 ‘유치지지결의문’을 채택하고 해외 유치활동을 4차례 벌였다.

전남과 경남지역 인사 50여 명으로 구성된 ‘지방유치위원회’(위원장 노진영 초당대 총장)는 세계박람회 유치 필요성을 알리는 홍보 활동에 전력하고 있다.

여수=김 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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