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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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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내내 설전을 주고받아 온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 의원들이 얼굴을 맞대고 국가의 장래를 고민했다.
부시 대통령은 3일 오전 워싱턴에서 3시간 거리에 있는 버지니아 주 윌리엄스버그에서 열린 민주당 하원의원 수련회에 2시간 동안 참석했다. 민주당의 하원 1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초청했고 백악관이 동의하면서 성사된 자리였다.
부시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이라크 전쟁, 재정적자 해소, 사회보장제 개혁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호소했다. 비공개 시간에 5, 6가지 질문도 받았다. 마침 이틀 뒤인 5일에는 부시 대통령이 새해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해 민주당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안정적 국정을 위해 대통령이 거대야당의 도움을 바라며 구원(舊怨)을 뒤로한 채 한발 다가선 것이다.
백악관 속기록에 따르면 16분간의 연설에서 21차례 박수가 터졌다. 뜨거운 갈채만은 아니었다. 뉴욕타임스는 “미지근한 박수도 있었고, 의원들은 동료들이 어떻게 박수를 치나 둘러보기도 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스스로 야당 의원들 앞에서 ‘망가지는’ 성의를 보일 때는 큰 박수가 터졌다.
“내 말솜씨가 별로지 않습니까. (민주당을 Democratic Party 대신 민주당원의 정당으로 해석될 Democrat Party라고 한) 그 연설은 본의가 아닙니다. 오죽하면 내가 영어를 망친다고 하겠어요. … 내 방문을 (공화당을 뜻하는 Republican Party 대신에) Republic Party 대표의 방문이라고 칩시다.”
부시 대통령의 민주당 행사 참석은 뒤늦은 성의표시로 읽힌다. 그의 민주당 방문은 2001년 9·11테러 이전에 한 차례 있었다. 그 뒤 그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선거에 승리하자 2002년 이후 부시 대통령은 자신만만한 나머지 민주당의 존재를 애써 무시하는 듯했다.
그의 노력이 당장 효과를 내리라는 보장도 없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부시 대통령이 행사장을 떠난 뒤 “에너지 정책, 이민법 개혁, 고용창출을 위해선 부시 대통령과 협력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이라크전쟁을 병력증파를 통해 돌파하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구상에 동의 못하겠다는 뜻이다.
부시 대통령도 이런 기류를 감안한 듯 연설과정에서 “우리가 언제 다 동의했느냐. 그러니까 당이 다른 거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을 위한다는 점에 동의하기 때문에 손잡고, 큰일을 해 보자”고 제안했다.
부시 대통령은 연설 및 질의응답이 끝난 뒤에도 30분간 남아 의원들과 악수하고, 포옹했다. 그는 특히 11·7 중간선거 직후 태어난 펠로시 의장의 6번째 손자를 받아 안으며 상대 당 1인자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우호를 표시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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