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가 선정한 ‘2006 미국의 유행어’

  • 입력 2006년 12월 26일 02시 57분


올해 미국인들 사이에 가장 많이 회자된 ‘유행어(Buzzword)’는 무엇일까.

뉴욕타임스(NYT)는 ‘Decider(결정자)’라는 단어를 꼽았다. 이 단어는 올 4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도널드 럼즈펠드 당시 국방장관에 대한 정치권의 사임 압력을 거부하면서 자신이 최고 결정권자임을 과시하기 위해 사용한 말이다. 이후 인터넷에는 ‘내가 결정자’라고 외치는 슈퍼맨 스타일의 부시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풍자만화가 인기를 끌었다.

럼즈펠드 전 장관 자신도 유행어 생산의 일등 공신이었다. 군의 현대화를 외쳤지만 정작 그 자신은 ‘컴맹’이라 재직 때 e메일이나 메신저 대신 흰 종이에 메모를 써서 내려 보내기 일쑤였다. 그런 가벼운 메모가 넘쳐나자 국방부 직원들이 ‘Snowflakes(눈송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냈다.

세태를 말해 주는 유행어도 많았다. ‘Food Miles(식품운송거리)’라는 단어는 아무리 유기농이라도 먼 곳에서 운송된 식품은 먹지 않는다는 환경보호 운동의 새 조류를 반영했다. 거리만큼 에너지가 낭비된다는 뜻이다.

올해 유튜브 동영상의 최대 히트작 중 하나로 꼽히는 한 예일대생의 고군분투 취업기도 유행어를 낳았다. 취업을 위해 각종 공부와 스포츠에 매달리는 이 학생이 시도 때도 없이 외쳐대는 “Impossible is Nothing(불가능한 것은 없다)”이라는 슬로건은 명문대생도 취업이 쉽지 않은 미국의 현실을 말해 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부동산 활황에 힘입어 싼값에 넓은 땅을 사들인 후 주변 경관도 고려하지 않고 세운 대저택을 가리키는 ‘Hummer House(우락부락형 주택)’라는 단어가 인기를 모았다. 기름 많이 먹고 덩치만 큰 미국차를 ‘Hummer’라고 한다.

여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바람기 많은 남편 감시를 위해 외출 때마다 보호자를 동행시킨 것에 빗대 ‘Hubby-sitter(남편 돌봐주는 사람)’라는 단어도 새로 만들어졌다. 이 밖에 정식 사진을 찍기 전 디지털 카메라나 휴대전화 카메라로 시험 삼아 사진을 찍는 것을 말하는 ‘Digiroid’(디지털과 폴라로이드의 합성어), 제트기를 타고 와서 정치적 망명을 요청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Jet People’(보트 피플과 대립되는 의미) 등도 올해 두각을 나타낸 유행어라고 NYT는 분석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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