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구의 혁명 볼펜 60주년

  • 입력 2006년 11월 27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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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이 본격 판매되기 시작한 지 이번 주로 꼭 60주년이라고 영국 BBC방송 인터넷판이 27일 소개했다.

1938년 헝가리 신문기자 라즐로 비로는 윤전기용 잉크가 금방 마르는 데 주목했다. 그는 잉크가 새고 뭉치고 번지는 만년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윤전기 잉크를 사용해 봤다.

그러나 잉크 농도가 너무 진해 만년필 펜촉 끝으로 흘러나오지 않았다. 라즐로는 화학자인 동생의 도움으로 펜촉 대신 금속 볼 베어링이 달린 펜을 고안했다. 볼이 종이와의 마찰로 회전하면서 잉크가 조금씩 흘러나오도록 한 것.

비로 형제는 헝가리의 반(反) 유대법을 피해 서방세계로 탈출한 뒤 1943년 아르헨티나에서 볼펜 발명으로 특허를 취득했다. 그 후 한 영국 회사가 이들로부터 특허권을 사들여 제2차 세계대전 때 공군용으로 볼펜을 생산했고 1946년 본격 판매를 시작했다.

잉크를 다시 채울 필요도, 흘러나올 걱정도 없는 빅 비로스 볼펜은 조종사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줄줄 새는 만년필로 곤욕을 겪던 조종사들이 아무 때나 편리하게 쓸 수 있는 볼펜을 손에 쥐게 된 뒤 중요한 목표물을 바로바로 표시할 수 있게 돼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해석도 있다.

많은 나라에서 볼펜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빅 비로스(Bic Biros)' 상표 볼펜은 1초당 57자루가 팔려나간다. 60년 전 상품치고는 꽤나 '장수'하는 셈이다. BBC는 작고 보잘 것 없는 볼펜이지만 이동성과 신뢰성 면에서는 압도적이라고 전했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는 발명자의 성을 따 볼펜을 '비로'라고 부르며, 아르헨티나에서는 비로의 생일(9월29일)을 '발명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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