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명문대 생이 취직을 걱정하는 까닭은 바로…

  • 입력 2006년 10월 31일 16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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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 월스트리트 진출을 꿈꿔온 미 명문대 졸업반 학생이 인터넷을 통해 퍼진 자신의 동영상 이력서 때문에 하루아침에 조롱의 대상이 돼 버렸다. 뉴욕타임스 등 미 주요 언론이 최근 소개한 예일대 학생 알렉세이 베이너(23)씨의 사연은 이렇다.

그는 스위스 최대은행인 UBS에 입사 지원을 하며 11장짜리 이력서와 함께 요즘 유행하는 동영상 이력서를 e메일로 보냈다.

15분짜리 동영상은 마치 인터뷰를 하듯이 꾸며졌다.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성공은 무엇인지를 피력하고 12세 때부터 금융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투자전문회사와 자선단체를 운영해온 경력도 소개했다.

또 자신이 강인한 체력의 소유자며 만능 스포츠맨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테니스장에서 시속 190km의 강서브를 넣고, 222kg짜리 역기를 번쩍 들며 맨손으로 벽돌을 격파하는 장면도 보여줬다. 미녀와 추는 볼룸댄스 등 프로급 춤 솜씨를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동영상이 유출돼 10월부터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면서부터 사건이 벌어졌다. 대학 친구 등 지인들이 평소 그가 자기과시와 허풍이 심했다는 증언을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한 것.

베이너 씨는 친구들에게 늘 "나는 티베트에서 24명을 죽인 적이 있고 미 중앙정보국(CIA)과 마피아 조직에서 일했다"고 떠벌였으며 유명 영화배우 해리슨 포드에게 테니스를 가르쳤다는 등의 믿기 어려운 자랑을 늘어놓기 일쑤였다는 것.

누리꾼들은 그가 썼다는 동유럽의 홀로코스트 관련 책이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짜깁기한 것에 지나지 않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졸지에 세계적인 '허풍쟁이'라는 조롱과 비난을 받아 학교에도 못 나오고 피신 중이다.

그는 UBS와 동영상을 유포한 이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준비를 하고 있다. UBS도 동영상의 유출 경위를 자체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베이너 씨는 이제 취직이나 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김기현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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