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붉은 재벌' 훠잉동 별세

  • 입력 2006년 10월 29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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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붉은 재벌' 훠잉둥(홍콩 이름 헨리 폭)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이 28일 베이징(北京)에서 83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중국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임파선암으로 오랫동안 투병 생활을 해온 훠 부주석은 이날 오후 7시 베이징 셰화(協華)의원에서 숨졌다.

그는 중국 대륙 지도부가 가장 신뢰하는 홍콩인 중 하나로, 영국이 홍콩을 반환하고 홍콩 기본법 초안 작성과 둥젠화(董建華) 초대 행정장관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중국 언론은 이날 "훠 부주석은 중국 내륙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애국과 애항(愛港), 애향의 전범'이라고 극찬했다.

세계 181위 갑부로 재산이 37억 달러인 그는 1923년 가난한 어부 집안에서 태어났다.

7살 때 아버지를 여읜 뒤 일제가 홍콩을 침략하면서 학업을 중단하고 공항 잡부와 여객선 노동자로 일했다.

그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중국에 대한 유엔의 금수조치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몰래 군수 및 전략물자를 대며 큰 돈을 벌었다. 이후 부동산, 식당, 호텔, 석유까지 사업을 확대한 그는 1961년 카지노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으며 1983년 광저우(廣州)에 중국 내륙에서는 처음으로 5성급인 바이톈어(白天鵝) 호텔을 짓기도 했다. 최근엔 고향인 광저우 난샤(南沙)의 항만, 정보통신(IT) 단지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

중국 언론은 "훠 부주석이 국가의 영도자이면서 홍콩의 부호였지만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자선가였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1977년 '훠잉동 기금회'를 설립한 그는 중국의 교육과 위생, 체육, 과학, 문화예술 진흥과 빈곤지역의 주민을 돕는데 앞장섰다. 그동안 출연한 금액은 무려 150억 위안(약 1조8000억 원).

중국 정부는 그의 공적을 높이 평가해 국가 지도자급 장례식을 준비하려 했다. 그러나 그의 장남인 전팅(震霆)은 "베이징에서 간단한 추념의식을 가진 뒤 시신을 홍콩으로 옮겨 장례식을 치를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명의 첩을 포함해 세 명의 부인 사이에 11명의 자녀를 두었다.

베이징=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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