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부시 대통령 실언에 이라크 미군 경악”

  • 입력 2006년 10월 2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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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의 악몽’을 잘못 건드린 탓에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이 19일 진땀을 흘렸다.

부시 대통령은 18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세 강화는 1968년 베트남전 당시 베트콩이 펼친 구정 대공세와 같다’는 비유를 가리켜 “맞는 비유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비유는 앞서 뉴욕타임스의 한 칼럼니스트가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19일 “최고사령관(대통령)의 그 말에 이라크 전장의 장군과 야전군인이 몸서리쳤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1968년 당시의 구정 대공세는 베트콩이 전투에는 졌지만 미국 내 반전 여론을 결정적으로 확산시키며 린든 존슨 대통령의 재선 포기 선언을 이끌어 내는 계기가 됐다.

당초 부시 대통령의 진의는 ‘미국이 이라크 저항세력에 몰리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은 아니었다. 베트콩이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반전 여론 고취를 위해 공세를 편 것처럼, 이라크 반군의 공세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선전전의 일환’이라는 점을 언급했던 것.

스노 대변인은 “우리가 (이라크에서) 이기겠다는 결의에 찬 대통령을 가졌기 때문에 이길 것이라는 점에는 추호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AP통신은 이라크전과 베트남전의 다른 유사성을 새로 제시하며 이라크에서 날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 통신은 “베트남에서 미-베트남의 전쟁 수행 정책이 차이가 났던 것처럼, 미국과 이라크 정부도 미군을 죽인 수니파 사면 문제를 놓고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지난해 이라크 정부 출범 당시 “미군을 죽인 수니파 사면은 안 된다”고 했다가 최근에는 “사면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밝혀 이라크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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