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사무총장 공식 선출

  • 입력 2006년 10월 15일 17시 52분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62)이 13일 오후(한국시각 14일 오전) 제8대 유엔 사무총장으로 공식 선출됐다.

한국인으로 유엔 사무총장 피선은 처음이다. 아시아인으로는 버마(현 미얀마) 출신의 제3대 우 탄트 사무총장(1961~1971년 재임)에 이어 두 번째다.

유엔은 이날 192개 회원국이 참여한 가운데 총회를 열고 반 장관을 별도의 표결 절차 없이 갈채 속에 만장일치로 코피 아난 사무총장 후임으로 선출했다. 이에 앞서 안전보장이사회는 9일 반 장관을 차기 유엔사무총장 단일후보로 확정한 뒤 총회에 추천한 바 있다.

반 장관은 12월 중순 정식 취임식을 가진 뒤 내년 1월1일부터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임기는 5년이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임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임기는 10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반 장관은 유엔 사무총장으로 연간 예산 50억 달러와 9만2000여명의 평화유지군 배치 등 유엔 행정을 총괄하게 된다. 반 장관은 곧바로 인수인계 팀을 구성해 사무총장 취임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반 장관은 이날 수락연설을 통해 "과거 유엔의 핵심 역할이 국가간의 분쟁을 예방하는 것이었다면 새로운 세기 유엔의 역할은 새로운 도전 속에서 인도주의가 보다 증진될 수 있도록 국가간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 장관은 또 유엔의 중재 역할 강화, 총회 권한 확대, 사무국의 관료주의 최소화 및 전문성 제고 등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난 사무총장은 반 장관의 선출을 축하하면서 "트리그브 할브단 리 초대 유엔사무총장이 후임자에게 '당신은 지구상에서 가장 불가능한 자리'(the most impossible)를 떠맡게 됐다'는 말을 했지만 나는 '지구상에서 가장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자리'(the best possible)를 맡게 됐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고 말했다.

반 장관은 선출 직후 내외신 기자들과 만나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내년 초 정식으로 부임하면 한반도 전담 특사를 임명해 상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반 장관과의 일문일답.

-북한 핵 해결을 위해 방북할 용의가 있나.

"사태진전과 여러 상황을 봐가며 생각해볼 문제다. 얼마 전 '북한이 초대하면 방북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길래 '그렇다면 가야지요'라고 답변했는데 방북가능성으로 보도가 됐다."

-외신기자들은 회견에서 '기름 장어'라는 별명을 묻기도 했는데….

"청와대에서 근무할 때 기자들이 어려운 질문을 잘 피해간다는 의미로 '기름 장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그래서 기자들은 이를 한자로 번역해 '유만(油鰻)'이라고 했는데, 그 후 한학자가 '유만(¤萬·세상을 움직인다는 의미)으로 고쳐주었는데 그게 현실화된 것 같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특단의 구상을 갖고 있나.

"북핵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6자회담이라는 정해진 해결 메커니즘이 있다. 우선 그 메커니즘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촉진제 역할을 할 생각이다. 그리고 총장으로 취임하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 한반도 문제를 전담하는 특사를 임명할 계획이다."

-안보리 개편 구상은.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현안이다. 보다 광범위한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안이 나오도록 촉진하고 중재 노력을 하겠다."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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