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라덴 죽었나?…사우디 “사망” 정부는 “증거없다”

  • 입력 2006년 9월 2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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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일간지, 기밀문서 보도프랑스 동부 로렌의 지역신문 ‘레스트 레퓌블리캥’은 23일 프랑스 대외안전총국 내부문서와 함께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설을 보도했다. AFP 연합뉴스
佛일간지, 기밀문서 보도
프랑스 동부 로렌의 지역신문 ‘레스트 레퓌블리캥’은 23일 프랑스 대외안전총국 내부문서와 함께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설을 보도했다. AFP 연합뉴스
9·11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사망했다는 설이 제기됐다. 그러나 관련국들이 관련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진위를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 동부 로렌 지역의 신문 ‘레스트 레퓌블리캥’은 23일 기밀로 분류된 프랑스 대외안전총국(DGSE) 내부문서를 인용해 “빈 라덴이 8월 23일 파키스탄에서 장티푸스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정보국이 결론지었다”고 사망설을 가장 먼저 보도했다.

사우디는 4일 이 정보를 입수했으나 시신의 위치 등 추가 정보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 최근 ‘사망’ 결론을 내렸다는 것. 인용된 문서에 따르면 빈 라덴은 심한 장티푸스로 장기가 마비될 지경이었지만 고립된 지역에 숨은 도피자여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이 문서에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도미니크 드빌팽 총리 등 고위 관계자들이 보고받았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빈 라덴의 사망설은 지금까지 5차례 나왔지만 한 번도 공식 확인된 적이 없었다. 파키스탄 혹은 아프가니스탄 모처에서 신장병 투석 치료를 받는다는 소문만 계속 나돌았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2002년 “은둔한 도망자의 신분으로 신장투석기를 제대로 쓰지 못했을 것”이라며 직접 사망설을 언급하기도 했다.

빈 라덴이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4년 비디오테이프 영상, 또 목소리만 들려준 것은 올해 6월 알 자르카위의 죽음을 애도하는 테이프에서였다. 당시 그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는 듯하고 힘이 없어 “기력이 많이 빠진 것 같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편 시라크 대통령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라면서도 “정보기관의 비밀문서가 공개돼 놀랐다”고 말했다. 프랑스 국방부는 문제의 문서가 유출된 경로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혀 이 문서의 존재 자체는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미국과 프랑스의 외교 관계자들은 “확인할 수 없는 내용”, “보고받은 적 없는 이야기”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아는 바 없고 노코멘트”라고만 답했다. 사우디 정부는 이날 “빈 라덴 사망설의 증거가 없다”는 공식 성명을 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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