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페달’ 앞에 말기암 무릎꿇다

  • 입력 2006년 9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2000년 8월 31일 영국인 제인 톰린슨(사진) 씨는 ‘6개월 시한부 인생’이라는 선고를 받았다. 말기 유방암이었다. 그러나 그는 결심했다. 암이 곧 ‘활기찬 삶의 끝’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보여 주기로.

2006년 9월 1일 그의 결심은 현실이 됐다. 바로 이날 63일간 6790km를 자전거로 달려 미국 대륙 횡단을 마친 것이다. 원래 도착 예정일인 8월 31일은 “6개월밖에 못 산다”는 이야기를 들은 지 꼭 6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 42세의 말기 암 환자는 온몸을 엄습해 오는 고통과 푹푹 찌는 날씨, 강풍에 맞서 자전거 페달을 밟고 또 밟았다. 자신과 같은 암 환자들을 위해 200만 달러의 기금을 모으는 또 다른 목표를 위해서라도.

6월 30일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해 이날 동부 뉴욕에 도착한 그는 “횡단을 다 끝내서 정말 안심이다. 처음에는 모험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는 시련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임무 완수’를 눈앞에 둔 지난달 말에는 상태가 극도로 악화돼 걷기조차 힘들었다. 주변에서는 횡단 작업이 중단되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고통을 이겨 냈다.

그의 남편 마이크 톰린슨 씨는 “고통스러워하는 아내를 보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횡단 도중 제인에게 그만두라고 7, 8번은 말했다. 그러나 제인은 아랑곳하지 않았고 자신이 옳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아내가 지금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다.”

이에 앞서 제인 씨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고향인 리즈까지 4023km를 자전거로 달렸고 트라이애슬론(수영 4km, 자전거 180km, 마라톤 42.195km) 경기에도 여러 차례 참가했다. 지난해에도 미국 플로리다 철인 경기를 완주했고 뉴욕마라톤을 5시간 15분 만에 완주했다.

제인 씨는 긴 여정으로 탈진한 상태여서 뉴욕에서 계획했던 횡단 완주 행사를 취소하고 바로 영국으로 돌아갔다.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