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軍 레바논 파견…‘유대인과 맞서지 않는다’ 금기 깨져

  • 입력 2006년 8월 17일 03시 00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초로 독일군이 유대인에게 총구를 겨누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독일이 레바논에 파견될 유엔 평화유지군에 참여하기로 15일 결정했기 때문이다. 평화유지군은 이스라엘 국경에서부터 리타니 강에 이르는 레바논 남부 지역에 주둔할 계획이다. 만약 이스라엘이나 헤즈볼라가 휴전 합의를 깨고 공격을 재개하면 평화유지군은 무력으로 이를 막을 수 있다.

독일의 참여는 고민 끝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독일은 나치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이후 유대인과 맞설 수 있는 전투 상황에는 절대 군대를 보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이 때문에 프랑스 이탈리아 터키 등 다른 국가들이 일찌감치 파병을 결정했지만 독일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관계 장관들과 오랜 협의를 거친 끝에야 병력 3000명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가 “홀로코스트의 금기는 깨지고 있다”며 유연한 자세를 보인 것이 결정에 도움이 됐다.

올메르트 총리는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독일만큼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나라도 없는 만큼 독일이 참여하면 좋겠다”며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해 독일군이 활동한다면 독일로서도 가치 있는 일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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