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참배 강행…야스쿠니를 뒤덮은 日 극우의 물결

  • 입력 2006년 8월 15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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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읿본 총리(왼쪽에서 두번째)가 15일 도쿄의 야스쿠니(靖國) 신사에서 신사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아 참배하러 들어가고 있다.(AP=연합뉴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읿본 총리(왼쪽에서 두번째)가 15일 도쿄의 야스쿠니(靖國) 신사에서 신사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아 참배하러 들어가고 있다.(AP=연합뉴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踐純一郞) 일본 총리가 15일 도쿄의 부도칸(武道館)에서 열린 종전기념일 전몰자추도식에서 헌화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踐純一郞) 일본 총리가 15일 도쿄의 부도칸(武道館)에서 열린 종전기념일 전몰자추도식에서 헌화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대동아전쟁(태평양전쟁)은 침략전쟁이 아니었다.'

'종군위안부는 한국과 중국의 날조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전한 지 61돌을 맞는 15일.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야스쿠니(靖國)신사 앞은 오전 5시경부터 군국주의 플래카드를 손에 든 우익단체 회원들로 북적거렸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오전 7시 반 관저를 떠났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야스쿠니 신사 안에는 술렁거림이 번져나갔다.

10분 뒤 고이즈미 총리를 태운 관용차 행렬이 신사 안 전쟁 미화 박물관인 유슈칸(遊就館)을 지나 도착전(到着殿) 앞에 멈춰 섰다.

발 디딜 틈 없이 야스쿠니 신사를 메운 참배객들은 후원단체가 나눠준 일장기를 흔들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검은 연미복 상의에 줄무늬 바지를 차려입은 고이즈미 총리는 미간을 찡그린 채 굳은 표정으로 곧바로 본전(本殿)을 향했다.

평범한 양복 차림으로 일반인들처럼 본전 바깥쪽 배전(拜殿)에서 참배했던 지난해 10월보다 훨씬 더 거칠 것 없다는 듯 태연한 자세였다.

본전에서 참배를 마친 고이즈미 총리는 꽃값으로 개인 돈 3만 엔을 내놓고 방명록에 '내각총리대신 고이즈미 준이치로'라고 적었다.

지난해엔 꽃값을 내지 않고 방명록 기재도 생략했었다.

약 15분간의 참배일정을 마친 그가 관용차에 오르기 위해 다시 도착전에 모습을 드러내자 참배객들 사이에서는 "고이즈미 총리 만세",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라는 환호와 격려가 터져 나왔다.

또 이날 야스쿠니 신사에는 고이즈미 총리 외에도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 지사,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농수산상, 구쓰카케 데쓰오(沓掛哲男) 국가공안위원장, 여야의원 등 지도층의 참배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전 자민당 간사장은 "총리의 외교행위는 마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면서 "일중, 일한 관계는 붕괴상태에 가까워졌다"고 우려했다.

차기 총리 경선에 뛰어든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楨一) 재무상과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은 각각 "총리가 된다면 야스쿠니 참배를 하지 않겠다", "영령이나 유족 측은 참배가 조용히 이뤄지기를 바랄 것"이라며 고이즈미 총리와 거리를 뒀다.

또 공동여당인 공명당의 간자키 다케노리(神崎武法) 대표는 "총리에게 여러 차례 참배를 자제하라고 직접 말했다"며 "상징성이 큰 8월15일에 참배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도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공약으로 내건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의 담화를 발표했다.

도쿄=천광암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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