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지 않는 프랑스 와인 선물

  • 입력 2006년 7월 26일 1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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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탐내는 고급 와인. 더군다나 프랑스 정상이 준 것이라면? 그러나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에게는 반갑지 않은 선물이다.

전문가 빰치는 수준의 와인 애호가인 블레어 총리는 지난해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으로부터 네 차례나 최고급 와인을 선물 받았다. 그러나 병을 따지는 않았다.

영국 내각사무실은 해마다 각료들이 받는 140파운드(약 24만원) 이상의 고가 선물목록을 공개한다. 최근 발표된 선물목록을 보면 시라크 대통령이 보낸 와인은 총리실에 그대로 남아있다.

영국 공직자윤리규정에 따르면 140파운드가 넘는 선물은 원칙적으로 국가에 귀속되며 갖고 싶으면 자기 돈을 내고 다시 사야 한다. 블레어 총리는 시라크 대통령의 와인을 구입하지 않은 것이다. 총리실은 어떤 종류의 와인인지 수확년도가 언제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영국 언론은 다양하게 이유를 분석했다. 우선 두 정상의 관계가 좋지 않다. 작년 유럽연합(EU)의 농업보조금을 개혁하려는 영국의 시도를 프랑스가 봉쇄하면서 두 정상은 세게 부딪쳤다.

와인 취향도 다르다. 블레어 총리가 풀바디(충분히 숙성된) 레드 와인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보르도나 부르고뉴산 와인보다는 이탈리아의 키안티를 선호한다.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블레어 총리는 2003년에도 시라크 대통령이 선물로 준 1989년산 샤토 무통 로칠드 6병을 구입하지 않았다. 병당 195파운드인 이 와인을 모두 구입하려면 1000파운드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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