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사람이 없어서…” 日, 미혼남녀 갈수록 늘어나

'님을 못 보니 뽕을 못 딴다?'

저출산 사회 일본의 고민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남녀가 갈수록 는다는 점. 결혼적령기를 넘긴 30대 전반의 미혼자는 1950년 남성 8%, 여성 6%였던 것이 2000년에는 남성 43%, 여성 27%로 늘어나 가히 '독신왕국'이라 할 만하다.

▽"적당한 사람 만나면 결혼하고 싶다"=문제는 결혼할 의사는 있어도 어쩔 수 없이 미혼을 유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점.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2002년 조사에 따르면 18~34세의 미혼자 중 '평생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답한 사람은 남녀 모두 5%에 불과했으며 90% 정도는 '언젠가는 결혼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들이 말하는 결혼하지 않는 이유 중 첫 번째가 남녀 모두 '적당한 상대를 만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서 연구소가 주목하는 것은 결혼의 계기. 이와자와 미호(岩澤美帆) 연구원은 "과거 남녀가 만나는 가장 흔한 계기였던 맞선이나 직장결혼이 줄어든 것이 미혼이 많은 큰 이유"라고 지적한다. 반면 맞선이나 '직장 인연'의 빈자리를 메울 새로운 '만남의 장'은 없다는 것. 도쿄대의 사토 히로키(佐藤博樹) 교수도 "만남이 없어진 배경에는 젊은이들의 사람 사귀는 범위가 좁은 탓도 있다"고 말했다.

독신이 늘어난 배경에는 고용악화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의 프리터(아르바이트 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는 2004년 213만 명으로 추산된다. 여성 91%가 결혼상대의 조건으로 '경제력'을 들고 있는(2002년 조사) 마당에 낮은 수입은 결혼의 큰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자유와 편안함을 잃고 싶지 않다'는 독신 고수의 변(辨)도 적지 않다.

▽나라가 중매에 나선다=독신이 늘면 출산률이 낮아진다. 미혼남성의 50%, 미혼여성의 40%가 만나는 상대조차 없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큐피드 역할'을 맡으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1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노구치 구니코(猪口邦子) 소자화(저출산)·남녀공동참여담당장관이 정부가 책임지고 '맞선 파티' 등 독신남녀간 만남의 장을 설치하자는 안을 각의에 올렸다. 이미 이 같은 지원을 시작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정부 참여요구가 거셌다는 것.

나라(奈良) 현에서는 등록된 미혼자 5000명에게 맞선 파티를 열어주고 있다. 매번 추첨을 통해 참석자를 정할 정도로 참가 희망자가 쇄도하며 지난해 7월 이후 약 500쌍의 커플이 탄생했다고 한다. 후쿠이(福井) 현 오이타(大分) 현도 비슷한 지원을 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결혼정보서비스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인증제도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바야흐로 나라가 맞선을 주선하는 시대의 막이 올랐다.

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