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멕시코 국경에 600㎞ 3중장벽”… 장애물도 설치키로

  • 입력 2006년 5월 19일 03시 03분


코멘트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약 595km의 밀입국 방지용 3중 담장이 설치된다. 3200km에 이르는 미-멕시코 국경의 약 19%에 해당하는 구간이다.

미 상원은 17일 3중 담장을 설치하는 내용의 법안을 찬성 83, 반대 16으로 통과시켰다.

양국 국경에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4년부터 ‘게이트키퍼 작전’에 따라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텍사스 주를 중심으로 112km의 담장이 이미 설치돼 있다.

이날 상원에서 통과된 법안은 기존의 담장을 보강하고 추가로 483km의 담장을 설치하도록 한 것이다.

밀입국과 밀수의 주요 통로로 이용되는 약 805km의 국경에 차량 통행금지용 장애물을 즉시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됐다.

미국에는 약 1200만 명의 불법 체류자가 있으며 지난해 밀입국 혐의로 검거된 사람만 117만 명이나 된다. 특히 미-멕시코 국경에서는 지난해 460명이 밀입국 과정에서 사망했다.

상원은 이날 ‘초청 근로자(Guest Worker) 허가제’를 도입해 불법 체류자에게 시민권 취득 기회를 제공하는 대신 중범죄자와 3회 이상 처벌된 경범죄자 및 추방명령 불응자에 대해서는 초청 근로자 허가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도 통과시켰다.

하원은 지난해 12월 불법 체류자에 대한 합법화 조치 없이 이들을 중범죄자로 간주하고, 미-멕시코 국경에 상원 법안보다 2배나 긴 담장을 설치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켜 놓은 상태여서 앞으로 상하 양원의 조율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담장 설치에 대해 제프 세션스(공화·앨라배마) 상원의원은 “담장 설치는 합리적인 제안이며 개방형 국경의 시대는 끝났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좋은 담장은 좋은 이웃을 만든다. 담장은 나쁜 이웃을 만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리처드 더빈(민주·일리노이) 상원의원은 “담장은 미국 정치에서 우익의 상징이 될 것”이라면서 “멕시코와의 관계가 장벽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멕시코의 집권 국민행동당을 비롯한 주요 정당들은 이날 미 상원의 담장 설치 법안 통과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정당들은 미국과 멕시코 간 이민협정 체결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미 정부에 대해 이민협정의 구체화 필요성을 재고해 줄 것을 촉구했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