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셴룽, 싱가포르 총선에서 압승

  • 입력 2006년 5월 7일 1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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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셴룽(李顯龍·54) 총리가 이끄는 국민행동당(PAP)이 6일 실시된 싱가포르 총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초대 총리인 리콴유(李光耀·82) 현 '스승 장관(Minister Mentor)'의 장남인 리 총리는 2004년 8월 총리로 취임한 뒤 첫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는 내년 6월 임기가 끝나는 현 내각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해 본격적인 '리셴룽 시대의 개막'을 앞당기려 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PAP는 이날 선거에서 84개의 의석 중 82석을 차지해 도시국가 싱가포르의 경제 번영과 사회 안정, 정치적 통제의 기존 틀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AP통신이 전했다.

PAP는 37개 선거구에서는 야당이 후보자를 내지 않아 자동으로 승리했고 나머지 47개 선거구 중 45개에서 후보자를 당선시켰다. 이로써 PAP는 1965년 독립 이후의 '총선 불패(不敗) 신화'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날 투표율은 2001년의 75.3%에 미치지 못하는 66.6%였다.

리 총리는 이날 "우리 앞에는 많은 과제가 놓여 있다"며 "여러 사안들에 대한 공개적이고 진지한 토론을 적극 장려하겠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유세기간 중 빈곤층과 노년층, 실업자들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리 총리는 투표 개시 하루 전에 올해 1·4분기(1~3월) 싱가포르 경제성장률이 10%를 넘어 당초 예상치를 웃돌았다고 발표하는 등 유권자들의 표심을 붙들기 위해 노력했다.

야당들은 빈부격차 확대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선거전을 이끌었으나 역부족이었다. 다만 노동자당 소속의 글렌다 한 후보는 "유권자들이 더 긍정적인 시각으로 야당을 바라보았다"며 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 싱가포르 유권자 중 젊은층은 더 많은 공개 토론과 통제 완화를 요구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리센룽 총리=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수학과 수석 졸업에 이어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에서 행정학을 공부했다. 32세 때 공군 준장으로 예편한 뒤 정계에 입문했다. 아버지인 리관유 전 총리에 이어 14년간 총리를 지낸 고촉통(吳作棟·65) 선임장관(전 총리) 권유로 정계에 진출했다.

그는 1984년 이후 총선에서 연속 당선(6선)됐고, 1990년 경제 및 총무 담당 부총리, 1998년 싱가포르 통화국(MAS·중앙은행 격) 총재, 2001년 재무장관을 지냈다. 두 번째 부인 허징(何晶·53) 여사는 정부 투자기관인 테마섹의 집행이사이며 동생 셴양(顯揚·49) 씨는 동남아시아 최대 통신사인 싱텔의 최고경영자(CEO).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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