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측량선 2척 출항 일단 보류

  • 입력 2006년 4월 20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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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무단 조사하려는 일본 해상보안청 소속 수로측량선 메이요(明洋)호와 가이요(海洋)호는 20일 하루 종일 닻을 내린 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측량선 2척은 돗토리(鳥取)현과 시마네(島根)현 육지 경계에서 3, 4km 떨어진 만안 해상에 약 1km 간격을 두고 정박 중이다.

비가 내리는 등 날씨가 나빠 흐릿하게 보였지만 NHK 방송은 정박 중인 측량선의 모습을 망원렌즈로 잡아 선명하게 방영했다.

인근 해상은 서쪽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의 영향으로 오전부터 높은 파도가 일었으며 날씨는 오후 들어 더 험악해졌다.

600t 급인 측량선 2척과 비슷한 크기의 화물선들도 주변에 정박한 채 파도가 잔잔해지기를 기다렸다.

현지 기상당국은 이 일대의 거친 바다 날씨가 21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예상 최대 풍속은 20m, 최대 파도높이는 5m.

대부분의 일본 언론들은 바다 날씨가 좋아지면 측량선 2척이 독도 주변 해역을 향해 항해를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국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일본 순시선의 호위 여부에 대해 일본 언론들의 관측은 두 갈래로 엇갈렸다.

TV아사히는 일본 정부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순시선을 동행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경비정이나 순시선을 파견하지 않을 방침이며 한국이 실력행사로 나오면 현장을 비디오로 찍어 국제수로기구(IHO) 해저지명소위에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일본 정부는 한국정부가 '불법행위'를 했다고 주장해 한국 측의 해저지명 등록요청을 무효화하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셈.

마이니치신문도 일본 정부가 한국의 경비정이 접근해오면 물러나도록 측량선에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한 외무성 간부는 "한국의 방해로 조사할 수 없었다고 국제회의에서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동해 쪽도 먼 바다 일대는 파도 높이가 5m를 넘고 강풍까지 불어 풍랑경보가 발효됐다.

이에 따라 해양경찰청은 독도와 일본 측 조사대상 EEZ 주변에 배치한 경비함 가운데 1000t 미만 급은 울릉도 주변으로 철수시켰다. 대신 해경은 강릉 비행장에 대기 중이던 초계기 챌린저호를 출격시켜 EEZ 해역에서 경비함과 함께 측량선의 조사 강행에 대비한 기동훈련을 실시했다.

도쿄=천광암특파원 iam@donga.com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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