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묻지마 무덤’ 붐…부유층, 초호화 지상묘 선호

  • 입력 2006년 4월 19일 03시 02분


미국 플로리다 주 데이토나 비치에 있는 개인 영묘. 언젠가 이 영묘의 ‘주인’이 될 노인 부부가 앉아 있다.  출처=뉴욕타임스 인터넷판
미국 플로리다 주 데이토나 비치에 있는 개인 영묘. 언젠가 이 영묘의 ‘주인’이 될 노인 부부가 앉아 있다. 출처=뉴욕타임스 인터넷판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의 흰색 화강암 건물엔 신고전주의 양식의 기둥들로 둘러싸인 안뜰과 명상실이 있고, 청동문과 샹들리에도 보였다. 실내엔 수제 카펫이 깔려 있고 덮개를 씌운 긴 의자의 모퉁이엔 추억의 물건들이 전시돼 있다.

고대의 신전이 아닌, 요즘 미국에 세워지고 있는 개인 영묘(靈廟· mausoleum)의 모습이다. 최근 부유층 사이에 ‘6피트 아래 지하 대신 6피트 지상의 무덤’을 만드는 붐이 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장례 기념물 제작사인 콜드스프링사가 지난 한 해 판매한 개인 영묘만 2000기가 넘는다. 1980년대 사업이 가장 잘 되던 한 해 판매 실적은 65기에 불과했다. 건축비는 최소 25만 달러부터 수백만 달러에 이른다.

이런 영묘 조성 붐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수만 평의 근교 저택으로 대표되는 베이비붐 세대 부유층에겐 자연스러운 것. 자신을 영원히 기억되도록 하겠다는 ‘개인주의화의 사후(死後) 확장’인 셈이다. 이들은 “잡초 속에 묻힌 채 사람들로부터 잊혀지고 싶지 않다” “내 몸이 흙먼지로 덮이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수백 개의 관과 유골함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지역 공동영묘의 조성도 최근 크게 늘었다. 화장 문화의 확산에 따른 것으로, 2004년 한 해 동안 사망자 230만 명 중 4분의 1 이상이 화장을 선택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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