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美 “조폭 좀 말려줘!”…美추방자 포함 10만명 암약

  • 입력 2006년 4월 19일 03시 02분


《중앙아메리카에 갱이 들끓고 있다. 10년 전 미국이 이민법을 강화한 이후 국외 추방자가 급증하면서 그 여파가 중앙아메리카를 뒤흔들고 있다고 미 일간지 보스턴글로브가 17일 보도했다. 미 국토안보부에 따르면 1998∼2004년 미국에서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로 추방된 범죄자는 3만4000명 이상. 수천 명의 추방자가 자국 내 갱 활동을 하면서 미국 내 갱단과도 연계돼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

수십 년간 지속된 내전과 빈곤 탓인지 이들 국가는 살인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힌다. 미국의 10배 이상이다. 이 세 국가는 갱단의 ‘집합소’와 같다고 신문은 전했다.

대표적인 조직폭력단으로 ‘마라 18’과 ‘마라 살바트루차(MS-13)’가 있다. 이들 갱단의 규모는 중앙아메리카 내 단원이 적게 잡아도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갱단은 구멍가게에서 자릿세를 받는 일부터 음료업체에서 수십만 달러를 뜯어 내기까지 ‘광범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미주개발은행(IADB)에 따르면 겁먹은 투자자들이 철수하는 규모가 엘살바도르 국내총생산(GDP)의 약 25%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아메리카 국가들은 갱에 대해 강경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올해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는 갱 소탕 작전을 강화하기 위해 군대를 투입했다. 이달 초부터 과테말라에서는 군부대가 거리를 순찰하기 시작했다.

온두라스에서는 갱 단원에게 30년형을 선고할 수 있지만 범죄를 줄이는 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과테말라는 폭력 예방, 사회 복귀, 고발 등을 혼합한 형태의 정책을 제안했지만 실제로는 잘 가동되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강경정책이 사법체계에 과도한 부담을 줘 오히려 ‘회전문’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수감된 뒤 3일 만에 풀려난 갱 단원이 고발한 사람들에게 앙갚음을 하는 일이 자주 있기 때문이다. 갱단이 법정에서 난동을 부리는 등 공권력을 무시하는 일도 빈번하다.

특히 엘살바도르에서 이런 불만이 들끓고 있다. 로드리고 아빌라 신임 경찰청장은 “미국에서 추방된 전과자의 절반 이상이 여기서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미국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추방당한 이들이 엘살바도르로 오면 투옥돼 형기를 마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절차를 미국과 협의 중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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