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정상회의 개막]‘국가간 M&A’ 핫 이슈로

  • 입력 2006년 3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경제 애국주의(Economic Na-tionalism)’가 23일 개막한 유럽연합(EU) 정상회의의 최대 관심사로 등장했다.

당초 이번 회의는 고용 증대, 에너지시장 단일화가 주요 의제로 설정됐으나 최근 유럽지역을 휩쓸고 있는 국가 간 인수합병(M&A) 갈등으로 경제 애국주의 논란이 핫이슈로 부상했다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가 23일 보도했다.

프랑스 스페인 폴란드를 중심으로 “에너지 금융 철강 등 기간산업에서 국가 간 M&A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반면 영국 독일 이탈리아 정상들은 “M&A는 시장주의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논란의 포문을 연 것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그는 23일 “유럽에서 보호주의 물결을 막아 내야 한다”는 공식서한을 EU 집행위원회에 제출하면서 다른 나라도 이 서한에 공동 서명할 것을 제안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미국 아시아에 맞서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유럽을 대표하는 ‘챔피언 기업’이 필요하다”면서 경제 애국주의에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이에 맞서 프랑스, 벨기에 고위관리들은 “국가안보와 직결된 분야에서 자국의 이해관계를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스웨덴 네덜란드도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서한에 서명을 거부하면서 경제 애국주의에 심정적으로 동조하는 양상이다.

EU 집행위는 유럽 단일시장 구축을 위해 경제 애국주의에 제동을 걸고 있지만 각국의 경제정책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제한적이라는 고민을 안고 있다.

조제 두랑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23일 “단기적 이익 때문에 유럽이 이룬 시장개방의 성과가 후퇴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집행위가 할 수 있는 일은 외국기업의 M&A 시도를 배제하는 국가를 유럽재판소에 회부하는 것으로 판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제재 수위도 빈약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회의 시작부터 경제 애국주의를 둘러싼 설전이 가열되자 올해 상반기 EU 순위의장국인 오스트리아의 볼프강 쉬셀 총리는 “규제 철폐, 공동 에너지대책 수립 등 ‘다른 문제’에도 관심을 돌려줄 것”을 당부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