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우라늄농축 재개…美설정 ‘레드라인’ 깼다

  • 입력 2006년 2월 1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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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13일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의 원심분리기에 우라늄가스(육불화우라늄·UF6)를 투입하기 시작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의 한 외교관은 “이란이 아직 164개 원심분리기 모두를 가동하지는 않았으나 지난 2, 3일 동안 일부 원심분리기를 돌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외교관도 “아직은 준비 단계에 있으나 1개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하고 있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농축 우라늄은 원자력발전의 연료로 사용되지만 고농축 우라늄(HEU)은 핵무기 제조물질이 된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활동 재개를 평화적인 이란 핵 문제 해결의 마지막 한계선(레드 라인·red line)으로 설정해 왔다.

이처럼 이란이 서방국가와의 정면대결 노선을 가속화하면서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골람호세인 엘함 이란 정부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 영토 내에서 우라늄을 농축하는 방안에 관한 이란과 러시아 간 협상이 무기한 연기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세계가 이란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12일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 옵션을 버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ABC방송의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방부 전략가들이 이란에 대한 폭탄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미국은 이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어떤 옵션도 테이블에서 내려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의 군축전문 싱크탱크인 옥스퍼드리서치그룹은 13일 보고서를 통해 이란에 대한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군사적 공격은 수천 명을 희생시키고 장기전을 유발하며 이란 핵 프로그램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공격이 20개 이상의 핵심적인 핵 및 군사시설에 대한 일제 공습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뒤 군사공격은 이라크 저항세력과 레바논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을 증대시키고 전 세계적인 반미 감정의 확산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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