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들어선 전통인형극장 세이와마을 “부자됐습니다”

  • 입력 2006년 1월 3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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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와 분라쿠 공연에 등장하는 인형의 얼굴들. 구마모토=박정훈 기자
세이와 분라쿠 공연에 등장하는 인형의 얼굴들. 구마모토=박정훈 기자
일본 구마모토 시에서 남동쪽으로 50여 km 떨어진 세이와 마을은 관광객으로 북적대고 있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이곳은 주민 200여 명이 농사를 지으며 살던 작고 조용한 마을이었다. 1990년 4월 주민들은 마을에서 전해 내려오던 전통 인형극 ‘분라쿠’를 활용해 아트폴리스 프로젝트 참여를 신청했다.

구마모토 현의 추천을 받은 건축가 이시이 가즈히로(石井和紘) 씨는 ‘자연미를 살려 달라’는 주민들의 의견을 감안해 에도시대 말기의 목조 건축 양식으로 극장을 완성했다. 얼핏 보면 빽빽한 나무 숲 속에 자리 잡은 움막 같지만 내부는 300명의 관람객이 동시에 인형극을 즐길 수 있도록 첨단시설을 갖춰 놓았다.

분라쿠는 공연자들이 검은 망토와 가면으로 몸과 얼굴을 가리고 뒤에서 줄을 이용해 인형을 움직이는 이 마을의 전통 인형극이다. 배우들은 일본 전통악기 샤미센(三味線)의 반주에 맞춰 특수한 억양과 가락으로 노래하고 말한다. 이 공연은 농사일을 하지 않는 마을 노인 17명이 맡고 있다.

극장 옆 물산관에서는 공연 중 먹을 수 있는 도시락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 극장 관계자는 “도시락은 마을 주부들이 고장의 명물인 술 넣은 밥과 산채 절임, 튀김 등으로 직접 만든다”고 설명했다.

인형극이 명성을 얻고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세이와 마을은 한 해 평균 15만 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이 마을은 인형극 공연 등으로 한 해 약 2억 엔(약 18억 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주민 나카시마 모토요시(55) 씨는 “늘어난 수입보다 우리 마을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것에 더 만족한다”고 말했다.

와타나베 히사시(渡邊久) 극장장은 “극장이 생기면서 마을 주민들이 새로운 꿈과 희망을 갖게 됐다”며 “은퇴한 노인들이 문화 공연의 주체가 돼 새 삶을 살고 있어 다른 지역에서도 우리 마을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구마모토=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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