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재계 ‘호리에 게이트’ 핵폭풍

  • 입력 2006년 1월 18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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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M&A)을 통해 인터넷기업 라이브도어를 급성장시켜 온 일본의 스타 벤처기업가 호리에 다카후미(堀江貴文·33·사진) 사장에 대해 검찰이 전격 수사에 나섰다.

라이브도어 주가는 17일 개장 초부터 ‘사자’의 1000배가 넘는 ‘팔자’ 주문이 쏟아져 나와 단번에 하한가로 밀렸으며 정치권에도 검찰 수사의 불똥이 튀고 있다.

도쿄(東京)지검 특수부는 라이브도어 계열사인 라이브도어마케팅이 허위사실 공표와 이익 부풀리기로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를 잡고 16일부터 이틀간 라이브도어 본사와 호리에 사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라이브도어마케팅은 2004년 10월 출판사인 머니라이프를 주식교환 형식으로 자회사로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라이브도어가 4개월 전 이 회사를 사실상 인수한 상태였다. 새 사업을 하는 것처럼 이를 숨긴 채 발표한 것이다.

라이브도어마케팅은 그해 11월 매출액과 순이익을 부풀려 발표한 혐의도 받고 있다.

머니라이프를 자회사로 만들었다고 발표한 뒤 두 달 만에 라이브도어마케팅의 주가는 45배나 뛰었다.

검찰수사의 초점은 호리에 사장의 위법행위 관여 여부.

호리에 사장은 “사업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만큼 사업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일단 혐의를 부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검찰은 호리에 사장이 라이브도어 및 관련회사의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고 그를 직접 조사할 방침이다.

라이브도어는 명목상 인터넷사업을 주로 하는 회사지만 실상은 높은 시가총액(16일 종가기준 약 7300억 엔)을 이용해 다른 기업을 사들이는 매수펀드에 가깝다. 매수하거나 자본 참가한 기업이 50개를 넘는다.

1996년 도쿄대를 중퇴하고 인터넷 사업을 시작한 호리에 사장은 2004년 프로야구팀 인수전에 뛰어들어 일약 유명인사가 됐다.

여기에 실패한 그는 2005년 2월 일본 최대 민방인 후지TV의 지주회사 니혼(日本)방송에 대한 M&A를 시도해 재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어 9월에는 우정민영화 반대세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엄선한 ‘자객 후보’로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당시 호리에 사장과 맞붙었던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전 자민당 정조회장) 국민신당 대표는 “법률위반이 명확하다면 고이즈미 총리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이즈미 총리는 “채용한 사람이 말썽을 일으키면 그 채용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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