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커슨대령 “미국 외교 꼬인건 체니-럼즈펠드 탓”

  • 입력 2005년 10월 22일 03시 10분


코멘트
강경파와의 갈등 끝에 물러났던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의 비서실장을 지낸 현역 해병대령이 19일 조지 W 부시 외교안보팀을 겨냥해 독설을 퍼부었다.

독설의 주인공은 로렌스 윌커슨 대령. 군 생활 31년 중 16년간을 파월 전 장관과 인연을 맺은 그는 파월 전 장관의 오른팔로 불렸다.

윌커슨 대령은 워싱턴의 한 재단에서 진행된 초청연설에서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에게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두 사람이 밀실 결정으로 미국을 고립시키는 바람에 외교정책이 꼬이고 있다는 것. 수렁에 빠진 이라크전쟁, 해법 없는 북한 핵, 꼬이는 이란 핵을 그 예로 들었다.

6자회담에서 실용주의와 이상주의를 버무린 외교정책으로 9·19 베이징(北京)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얻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독설을 비켜가지는 못했다.

그는 “라이스 장관은 부시 대통령과의 친분 유지를 위해 ‘정직한 중개자’로서의 역할을 저버렸다”고 꼬집었다.

캐런 휴스 국무부 홍보담당 차관이 미국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중동을 방문한 것도 평가 절하됐다. 그는 이집트 지인의 말을 인용해 “그런 ‘소똥’ 같은 게 먹히겠느냐”고 되물었다.

네오콘의 중요 인사로 올여름 정부를 떠난 더글러스 파이스 전 국방부 정책 차관에게는 “그보다 더 멍청한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며 한계 수위를 넘나들었다.

윌커슨 대령의 독설이 알려진 뒤 관심사는 파월 전 장관도 같은 생각인가에 모아졌다.

윌커슨 대령이 ‘파월이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는 속내를 대신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월 전 장관은 18일 CNN방송에서 “라이스 장관이 잘 해내고 있다” “미국 외교가 실패한 것은 아니다”라며 윌커슨 대령과는 상반된 평가를 내놓았다.

윌커슨 대령과 같은 전통적 보수주의자의 부시 행정부 공격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 때 재무부 고위 관리를 지낸 브루스 바틀릿 국립정책분석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곧 출간될 저서를 통해 부시 행정부를 공격했다. 책 제목은 ‘협잡꾼: 조지 W 부시가 어떻게 미국을 파산시켰고, 레이건 정신을 저버렸나’.

그러나 그는 최근 연구소에서 해고당했다. 연구소 측은 “연구소의 견해와 다른 저서 내용 때문에 연구소가 오해받아선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