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소네 前총리 “고이즈미, 포퓰리즘 기대지 마시오”

  • 입력 2005년 9월 30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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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자제하시오.”

일본 중의원 총선거에서 압승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에게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87·사진) 전 총리가 보내는 충고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29일자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의원 480석 중 단독 과반수인 296석을 차지한 자민당과 여기에 더해 성격마저 독단적인 고이즈미 총리가 독주할 경우의 위험성을 경계했다. 1982년부터 1987년까지 ‘장수 총리’였던 그의 충고인지라 더욱 무게가 실렸다.

“소수를 부정하는 것은 입헌주의에 반하는 것이며, 정치는 소수와 다수의 마찰열(熱)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는 총리 때인 1986년 치러진 총선거에서 현재의 자민당 의석보다 많은 300석을 확보한 바 있다. 당시 그는 국유철도의 민영화법을 만들었다. 고이즈미 총리가 우정 민영화법안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것과 흡사하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또 이번 총선에서 자신이 이끌던 파벌의 계승자인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의원이 ‘반(反)고이즈미’를 외치다가 주류에서 탈락한 데 대해서도 애정 어린 충고를 했다.

“정치 세계의 무상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이 정치다. 정치판에서 큰일을 한 사람들은 모두 간난신고(艱難辛苦)를 겪었다. 정치의 본질은 권력 투쟁이다. 실패하면 ‘유배’를 당하는 것이 당연하다.”

대중 선동주의(포퓰리즘)란 비판을 받기도 하는 고이즈미 총리의 정치 스타일에 대해서는 “포퓰리즘에 의존해 몇 마디 단편적인 말로 이뤄지는 정치는 얄팍한 정치”라며 ‘깊이 있는 정치’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그는 앞으로의 일본 정국에 대해 “차기 내각이 출범할 때 후계자들을 포함해 차기 총리 경쟁을 유발하는 ‘후계자 극장’ 양상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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