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크엔드]그린마켓, 쇼핑 재미 ‘쏠쏠’

  • 입력 2005년 9월 23일 03시 11분


코멘트
여름 막바지 뉴욕 유니언스퀘어에서 열린 ‘파머스 마켓’. 농부들이 직접 재배하고 만든 무공해 먹을거리들이 뉴요커의 발길을 잡는다. 뉴욕=최영은 통신원
여름 막바지 뉴욕 유니언스퀘어에서 열린 ‘파머스 마켓’. 농부들이 직접 재배하고 만든 무공해 먹을거리들이 뉴요커의 발길을 잡는다. 뉴욕=최영은 통신원
여름이 막바지에 이른 뉴욕에서는 스트리트페어(street fair) 페스티벌(festival) 피스트(feast)들이 잇달아 열리고 있다.

‘인종 전시장’으로 불리는 뉴욕답게 아일랜드 이탈리아 루마니아 푸에르토리코 등 세계 각국에서 온 이민자들이 마련하는 축제들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뿐 아니다. 맨해튼 시의 애비뉴와 타임스스퀘어, 그리니치빌리지, 이스트빌리지, 투도시티 등 각 지역들도 스트리트페어 피스트 블록파티를 앞다투어 개최하면서 뉴욕 시의 여름 행사 달력은 빈틈이 없을 정도다.

타임스스퀘어 인근 브라이언트 파크에서는 여름 두달 간 무료 영화 페스티벌이 열려 한여름밤의 데이트 코스로 주목받았다. 이곳에서는 요가나 타이치 강사들이 무료 강습을 실시해 피트니스에 관심이 많은 뉴요커들의 시선을 모았다.

최근 세계 4대 패션쇼 중의 하나인 뉴욕 패션 위크가 시작되면서 브라이언트 파크 앞은 인기 디자이너의 쇼를 보기 위해 온 스타들과 패션 관계자로 붐빈다. 이와 함께 패션쇼를 위한 애프터 파티가 뉴욕 곳곳에서 열려 멋지게 차려입은 뉴요커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맘 때면 빼놓을 수 없는 행사가 있다. 맨해튼에서 가장 큰 것으로 꼽히는 샌 제나로(San Gennaro) 피스트. 이번으로 78번째인 샌 제나로는 10일간 지속되는데, 뉴욕 토박이에게는 평생을 함께하는 축제다.

필자가 만난 뉴욕 출신의 노부부는 30년간 거의 빠지지 않고 샌 제나로 축제를 즐겼으며 몇 해 전 코네티컷으로 이사간 뒤에도 그곳 주민들과 함께 버스를 전세 내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틀 이탈리아의 멀버리 스트리트에서 열리는 샌 제나로 축제는 이탈리아 네이플에서 온 이민자들이 1926년 처음 열었다. 미사와 퍼레이드, 공연으로 구성된 샌 제나로 축제에서 흥미로운 점은 음식을 싸게 사먹는 재미다. 40여 개의 각종 레스토랑이 늘어선 길가에 300여 명의 상인들이 나와 음식을 팔고 있다.

여름 막바지에 관심이 가장 집중되는 그린 마켓은 다운타운의 유니언스퀘어에서 열리는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이다. 80여 명의 농부들이 직접 기른 무공해 야채와 집에서 만든 쿠키 케이크 잼 등 ‘홈 스타일’ 제품을 선보인다. 이 같은 풍경은 한거리 건너 있는 대형 푸드체인 ‘홀 푸드’(Whole Food)와 대조를 이룬다.

파머스 마켓의 간판 상품은 오르가닉(유기농) 야채와 육류를 비롯해 치즈와 우유 등 유제품. 특히 홈 메이드 쿠키는 생산자의 독특한 비법 덕분에 색다른 맛을 준다. 밀봉 포장돼 판매하는 수퍼 마켓의 ‘브랜디드’(branded) 야채에 익숙한 뉴요커에게 ‘파머스 마켓’은 별천지와 다름없는 곳이다.

그린 마켓은 뉴욕시 환경협회 주관으로 1976년 시작되었다. 농민과 뉴요커들이 중간상인없이 유기농 식품을 직접 거래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특히 이 덕분에 유니언스퀘어 주변에는 신선한 식재로 음식을 만드는 레스토랑이 밀집해 있다.

유니언스퀘어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사는 브라이언 프리드먼(35·변호사) 씨는 한여름 주말마다 이곳에서 쇼핑한다. 그는 “슈퍼 마켓에서 파는 당근은 그린 마켓의 당근에 비하면 박스종이를 씹는 맛”이라며 “오랜 스타일의 유리병에 담아 파는 목장의 초콜릿 우유도 단골 구입 품목”이라고 말했다. 프리드먼 씨를 비롯해 그린 마켓을 찾는 고객들은 인증받은 제품인데다 맛도 좋고,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이 매력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린 마켓에서는 음식뿐만 아니라 화초, 수제 비누, 천연 염색 원단도 판다. 모든 제품은 생산자가 직접 나와 팔기 때문에 요리 비법이나 화초 키우는 방법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도 쇼핑의 재미를 더해 준다.

뉴욕=최영은 통신원 blurch3@hotmail.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