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총선 페미니즘 먹힐까… 메르켈 “남녀평등 강화” 호소

  • 입력 2005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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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첫 여성 총리를 노리는 앙겔라 메르켈 기독민주연합(CDU) 당수가 페미니즘에 호소하고 있다. 총선일인 18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 전략의 무게 중심을 옮긴 것이다. 하지만 사회민주당(SPD)-녹색당과 기민련-기독사회연합(CSU) 등 어느 쪽도 과반수 획득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페미니즘 논란=메르켈 당수는 11일 TV 토론에서 “내가 총리 직에 나선 것은 남녀평등 확대의 신호”라고 강조했다. 여성들을 정계에 더 많이 진출케 하는 자극제가 된다는 주장이다. 기민련도 여성들이 가사와 일을 병행하도록 정책적 지원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메르켈 당수 본인도 과거와 달리 화장과 화려한 옷차림으로 ‘선머슴’ 같은 인상보다는 여성다움을 돋보이게 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원래 그녀는 여성이 가정과 일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는 아주 보수적인 입장을 지닌 것으로 유명했다.

한 여론조사 결과 독일 유권자의 50%는 여성 총리 탄생을 ‘역사적 진전’이라고 답했다. 아직은 예외적인 일이라는 평가다. ‘극히 당연한 사안’이라는 응답은 47%였다. 여성 총리 한 사람이 독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메르켈 당수 뒤에는 힘세고 완고한 남자 정치인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민련의 육아, 고용, 연금정책은 사민당의 뒤를 따라가는 것일 뿐이라는 비판도 따른다. ▽진보-보수 팽팽=12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진보성향의 사민당-녹색당 42%, 좌파연합 7%의 지지율을 각각 보였다. 보수 진영의 기민련-기사련은 42%, 자민당은 6%의 지지율이다. 진보든 보수든 합계가 과반에 못 미친다.

이에 따라 차기 정부 구성을 놓고 ‘보수 연정’ ‘대연정’같은 용어가 등장하고 있다. 특히 슈뢰더 총리는 사민당에서 떨어져 나간 좌파연합과의 연정에 거부감을 보여 여권의 단독 정부 구성은 더욱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사민당과 기민련-기사련이 손을 잡는 ‘적과의 동침’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진보-보수 간의 ‘대 연정’이 성사되면 메르켈 당수에게 총리 자리가 돌아갈 가능성도 예상할 수 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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