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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8월 29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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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과 영국의 대표적 항공사인 노스웨스트와 브리티시 항공은 똑같이 대규모 파업사태를 겪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브리티시 항공은 1000명이 참가한 파업으로 운항 스케줄이 전면 중단되면서 ‘영국 최고의 항공사’라는 명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그 반면 노스웨스트 항공은 4500명이나 되는 정비사들이 파업에 나섰지만 운항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미국 4위의 항공사인 노스웨스트 항공은 28일 전체 인력(3만9000여 명)의 10%가 넘는 4500여 명의 정비사들이 9일째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신속한 대체인력 투입과 다른 노조원들의 동조 파업 거부로 전 세계 900개 지역 운항 일정에는 차질이 없다. 노스웨스트 항공은 정비사들이 파업에 돌입하자 2300여 명의 외부 인력을 즉시 투입했다. 9500여 명의 승무원 노조는 연대파업 투표 결과 정비사 노조의 파업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신속한 대체인력 투입이 가능했던 비결은 아이로니컬하게도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 항공사들이 취해온 뼈를 깎는 구조조정 덕분이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2만여 명이 해고됐지만 미국 항공사들은 이들에게 언제라도 실무 투입이 가능하도록 정기적인 재교육을 실시해 왔다.
미국 항공사들의 심각한 재정난도 파업 지지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 2분기(4∼6월) 2억 달러가 넘는 손실을 기록한 노스웨스트는 올해 안에 파산 신청을 할 예정. 대다수 노조원들은 운항 차질로 실적이 악화되면 파산사태만 앞당겨질 뿐이라는 판단 아래 정비노조 파업에 불참한 것이다.
브리티시 항공은 달랐다. 11일 전체 인력의 0.5%에 불과한 1000명이 참가한 파업으로 150개 지역 운항 일정이 전면 취소됐다.
소규모 파업에도 불구하고 운항 일정이 올 스톱 사태를 맞은 것은 대체인력 투입에 실패했기 때문. 영국 항공사들은 노조의 강력한 발언권 때문에 구조조정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그 결과 대체인력 풀도 발달하지 못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폴 클라크 노동학 교수는 “탄력적인 구조조정으로 대체인력과 아웃소싱이 활발한 미국 항공업계에서는 파업의 효과가 점차 줄어드는 반면 아직 노조운동이 활발한 유럽 아시아에서는 ‘대안 없는 파업’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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