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들, 아시아서 군사퍼레이드 합종연횡

  • 입력 2005년 6월 7일 0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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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둘러싼 아시아의 군사 지도가 숨 가쁘게 바뀌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5일 중국의 군사대국화를 경고하고 나서자마자 아시아를 종축(縱軸)으로 떠받치는 러시아 중국 인도 3국의 합동 군사훈련 계획 보도가 잇따랐다. 이에 맞서 태평양을 횡(橫)으로 잇는 미국과 일본은 내년 3월에 미사일방어(MD) 공동요격 실험을 할 예정이라는 소식이다. 그 접점은 한반도다. 강대국들의 군사적 제휴가 과연 어디까지 와 있는지 점검해 본다.》

▼미국·일본, MD 공조 가속▼

일본이 내년 3월 하와이 부근 해역에서 미국과 공동으로 미사일 요격 실험을 실시한다. 또 내년부터 미국과 공동으로 차세대형 MD용 요격 미사일 개발에도 착수하게 된다.

일본 방위청의 오노 요시노리(大野功統) 장관은 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4차 아시아 안보회의 참석 중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그는 “공동 기술연구 단계는 이미 끝났으며 개발 단계로 이행할 시기”라고 말했다.

일본이 최신예 이지스함에 탑재하기 위해 2003년 12월 도입하기로 한 미국산 ‘SM3’ 미사일의 방어 범위는 수백 km. 그러나 차세대형의 방어 목표 범위는 2배 이상이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차세대형 개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공동개발 계획이 실현되면 미국과 일본은 자위대의 전투지원기 ‘FSX(F2)’ 개발에 이어 두 번째로 무기를 공동개발하게 된다.

미국이 개발한 MD용 요격 미사일의 성과가 입증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차세대형 미사일 공동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관련 부품의 양산 체제를 갖춘 뒤 대미 수출을 노리고 있기 때문.

오노 장관은 이와 관련해 “요격 실험이 아직 성공적으로 행해지지 않았지만 상당한 정도의 성공도는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 관방장관 담화를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켜 온 무기수출 제한 원칙을 완화한 바 있다. 미국과 공동 개발, 생산한 경우에는 무기수출 제한 원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새로운 해석을 내린 것이다.

미국 정부도 단독 개발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본 정부의 무기수출 완화 방침을 용인한 상태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중국·러시아·인도, 3각편대 꿈틀▼

중국과 러시아, 인도 3국의 전략적 공조가 군사 협력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세 나라는 2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외무장관 회담을 갖고 국제 테러리즘과 에너지 문제에서 협력하기로 한 데 이어 올 하반기 쌍무적인 합동 군사훈련도 실시할 계획이다.

7일 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는 우선 8월 한반도와 가까운 랴오둥(遼東) 및 산둥(山東) 반도와 보하이(渤海) 만 및 서해(황해)에서 사상 처음으로 양국 합동 군사훈련을 갖는다.

또 중국과 인도는 올 하반기 인도양에서 두 번째 합동 해군훈련을 갖기로 하고 훈련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러시아와 인도도 10월 합동 군사훈련을 벌일 예정이다.

세 나라의 이 같은 합동 군사훈련은 미국과 일본 간의 안보동맹 강화와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전쟁을 계기로 한 중앙아시아에서의 미군 영향력 확대, 동유럽 국가의 가입을 통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東進) 등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중-러 훈련은 실전을 방불케 한다. 러시아의 핵탄두 탑재 Tu-22M3(백파이어) 중거리 전폭기와 대륙횡단 폭격이 가능한 Tu-160(블랙잭) 및 Tu-95(베어) 장거리 전략폭격기가 동원되고 실전 훈련으로는 처음으로 Su-27SM 최신예 전폭기가 투입된다.

특히 한반도 인근 지역에서 양국군이 합동 훈련을 갖는 것은 유사시 한국과 주한미군, 일본과 주일미군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상정한 것으로 군사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합동훈련은 량광례(梁光烈)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이 지난달 23일부터 인도를 방문해 프라나브 무헤르지 국방장관과 아룬 프라카시 해군참모총장, 자스완트 싱 육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와 연쇄회담을 가진 뒤 합의됐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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