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수학에 약할까…英 “풀이과정 중시땐 남학생 앞질러”

  • 입력 2005년 3월 31일 19시 29분


‘정답보다는 풀이 과정을 중시하라. 시간을 충분히 줘라. 남녀를 구분해 분반하라.’

영국 정부가 여학생의 수학과 과학 능력을 높이기 위해 실시한 수학(數學) 교육제도 개선안의 골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980년대 말 영국의 중고교에 새로운 수학 교육 방식이 도입된 결과 여학생의 수학 능력이 남학생을 앞질렀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이는 최근 미국 교육계 일부에서 일고 있는 ‘남녀 간 수학 능력 격차는 선천적 차이’라는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 여성의 수학 성취도가 후천적 요인(교육)에 의해 크게 향상될 수 있음을 뜻한다.

수학과 과학 분야의 성차(性差)에 대해 고민하던 영국 정부는 1988년 수학 교육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쳤다. 제도 개선은 크게 시험과 강의 분야로 나뉘어 진행됐다.

수학 시험의 경우 일률적으로 학교에서 시험을 치르기보다 몇 주 전 학생들에게 문제를 나눠주고 정해진 날짜에 제출하도록 했다. 또한 시험지에 풀이 과정을 제시하도록 해서 비록 오답이더라도 답안 산출 과정이 논리적으로 적절하다면 부분적으로 점수를 주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는 여성이 남성보다 시간적 압박감에 취약한 반면 논리적 사고에서는 앞선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여학생의 수학 성적을 크게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반면 전통적인 수학교육제도를 고수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지난 수십 년간 대학입학자격시험(SAT)에서 남학생과 여학생의 수학 점수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으며 특히 고득점대에선 성별 격차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과학사학자인 론다 쉬빈저 스탠퍼드대 교수는 “영국의 수학교육제도 개선과 이에 따른 여학생의 수학성적 향상은 ‘적절한 사회문화적 환경’을 제공할 경우 여성도 기존에 ‘남성의 전유물’로 간주됐던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좋은 사례”라고 지적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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