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천국 中, 美와 ‘비아그라 전쟁’?

  • 입력 2005년 3월 30일 18시 36분


비아그라의 지적재산권 보호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중국 베이징(北京) 제1 중급 인민법원은 30일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에 대한 중국 정부의 특허권 취소조치와 관련해 적법성 여부를 따지는 심리에 착수했다.

이번 소송은 중국 정부 산하 특허권 재심사위원회(PRB)가 지난해 7월 비아그라에 대한 어떤 기업의 특허권도 인정할 수 없다고 결정하자 비아그라를 개발한 미국 제약업체 화이자사가 항소한 데 따른 것.

당시 미국 정부와 유럽연합 등은 이 조치를 지적재산권 전반에 대한 중국의 정면도전으로 간주하고 강력히 반발했었다.

미국 무역대표부 측은 당시 “중국 정부의 특허권 취소조치는 중국 정부가 지적재산권 보호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중국정부를 비난했다. 이런 정황을 감안할 때 이번 판결에 따라 미중 간에 무역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중국 법원이 중국 정부의 손을 들어주면 미 행정부는 즉각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것이 확실시된다는 설명이다.

해외 투자자들 역시 중국 법원의 판단을 중국의 지적재산권 허용범위와 관련한 ‘리트머스 시험지’로 여길 태세다.

베이징 주재 미국 특허권 변호사 제임스 헤이네스 씨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국 기업들이 남의 상품을 마구 베껴 만들어 팔겠다는 인식이 확산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아그라라는 단일 품목을 통해 중국에서 지적재산권 침해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발생하는지를 여러 차례 지적해 왔다.

예를 들어 중국 정부는 화이자사의 진품 비아그라의 판매에 대해서는 각종 규정을 들어 까다롭게 규제하면서 중국 내에서 만들어진 유사 제품의 유통은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것. 또 세계시장에서 유통되는 ‘짝퉁’ 비아그라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특허권 취소조치 직후 중국 제약업체 17곳이 연합해 비아그라를 제조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국제사회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들 업체는 화이자사가 비아그라의 주성분인 구연산 실데나필에 대해 실효성을 증명할만한 충분한 증거를 제공하지 못했다며 특허권을 인정하지 말도록 중국 정부에 압력을 가해 왔다.

국제법률회사 ‘스퀴어 샌더스 뎀시’의 베이징사무소 대표인 제임스 짐머먼 씨는 30일자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에 게재된 기고문에서 “특허권 취소판결이 내려지면 중국은 비아그라의 특허권을 인정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각종 소프트웨어, 한국과 일본산 가전제품, 스위스산 시계, 프랑스와 이탈리아산 고급 의류 및 화장품 등의 불법 복제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 왔다.

이헌진 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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