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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2월 7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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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1일 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이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기자 간담회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언급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대북 찰떡공조를 자랑하는 미일 간에도 갈등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어서 당시 정부 내부에서도 그 발언의 근거와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그러나 북핵 문제에 정통한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그로부터 며칠 뒤 기자와 만나 “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정확한 보고를 받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언론에는 공개할 수 없는 한미, 미일 간 북핵 해법 이견이 청와대에는 그대로 보고됐고 노 대통령이 이를 근거로 발언한 것 같다는 것.
이처럼 노 대통령 특유의 직설 화법 때문에 그 발언의 근거가 된 정보나 논리를 짐작하는 게 어렵지 않다는 것이 외교안보 부처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유럽 순방 중인 노 대통령의 “북한의 붕괴를 원치 않는다”는 발언에는 통일부를 중심으로 하는 정부 내 대북 포용론자들의 논리가 적지 않게 투영돼 있는 것 같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한미 동맹관계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외교통상부의 분위기는 이와 다르다.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은 7일 미국 내 신보수주의자(네오콘)를 겨냥한 듯한 “누구랑 얼굴을 붉혀야 한다면 붉히지 않을 수 없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그 상대가 꼭 미국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제일 중심 상대는 핵무기를 개발하는 북한”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이 개성공단을 북한의 개혁개방 의지의 상징으로 자주 언급하는 것도 그에 대한 긍정적 보고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한 핵심참모가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미국 정부와 네오콘을 분리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미관계 전문가는 “미국 정부와 사회 주류의 인식과 네오콘의 구상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생한 보고서가 외교부와 청와대로 올라갈 예정이었으나 ‘상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간에서 수정된 적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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