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패권인가…’ 美 일방주의 부시 前에도 있었다

  • 입력 2004년 11월 26일 16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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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미국은 다시 한번 조지 W 부시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싫든 좋든 세계는 미국의 일방주의적 패권주의와 다시 4년을 뒹굴어야 한다. 마침 미국의 일방주의를 역사적으로 추적한 2권의 책이 동시에 출간됐다. 두 책은 모두 부시 행정부의 패권주의와 일방주의가 돌연변이가 아니라 미국적 전통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를 전하는 음성은 너무도 대조적이다.》

◇패권인가 생존인가/노암 촘스키 지음 황의방 오성환 옮김/360쪽 1만5000원 까치

소쉬르에 필적하는 언어학자로 꼽히는 촘스키는 이제 미국 내 반미주의의 대명사가 됐다. 2003년 하드커버로 내놓은 뒤 2004년 페이퍼백 보급판으로 바꾸면서 후기를 추가한 이 책은 이라크전에서 드러난 미국의 이중성이 역사적으로 반복되고 있음을 폭로한다.

미국은 겉으로는 자유민주주의를 전도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자국의 패권을 위해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경멸적 태도를 견지해 왔다. 미국은 수하르토, 마르코스, 모부투, 피노체트, 후세인(이란과 전쟁을 벌이던 시절) 등의 독재정권을 지원했다. 또 엘살바도르, 칠레, 아이티 등에서 민주적 투표로 선택된 지도자가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인물일 때는 ‘올바른 결과’를 요구하며 그 선택을 무시해 왔다.

이런 전통은 계속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등이 국민의 압도적 다수 입장을 채택해 이라크전에 반대했을 때 ‘늙은 유럽’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저자는 “중대한 위기에 직면했을 때 지도자가 협박과 무력에 호소한 예는 과거에도 많았지만 그 같은 결정에 수반되는 위험은 오늘날 훨씬 더 커졌다”면서 “미국이라는 단극체제의 세계는 앞으로 미국과 세계여론이라는 2개의 초강대국으로 나뉠 것”이라고 경고했다.

◇9·11의 충격과 미국의 거대전략/존 L 개디스 지음 강규형 옮김/207쪽 1만원 나남출판

예일대 역사학 석좌교수인 저자는 미국의 거대전략의 관점에서 9·11테러 이후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가 미국적 전통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미국의 거대전략이 미 본토에 대한 3차례의 침략을 기점으로 일방주의와 다자주의간 시계추 운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본토 침략의 첫 경험은 1814년 미영전쟁의 와중에서 영국군이 워싱턴DC를 침범해 의회와 백악관을 불태운 것이었다. 이는 흔히 ‘고립주의’로 알려진 먼로독트린을 낳는데, 이를 구상한 이가 당시 외무장관이자 후임 대통령이었던 존 퀸시 애덤스다.

애덤스는 첫째, 유럽국가의 식민지에 포위당한 미국의 광대한 국경을 방어하기 위해 선제공격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둘째, 미국은 안보를 위해 어떤 국가에도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일방주의를 선포했다. 셋째, 구대륙의 세력균형보다는 아메리카대륙 내의 헤게모니를 추구했다.

1941년 진주만 공습은 1세기 이상 지속된 애덤스의 안보전략에 일대 전환을 낳았다. 그것은 일방주의와 선제공격의 원칙을 버리고 다자간 동맹을 통한 전 지구적 헤게모니의 구축이었다. 20세기를 지배했던 이 전략은 다시 9·11테러를 기점으로 19세기 일방주의적 전통을 지구적 규모로 부활시키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담담한 설명이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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